[2023, 공장을 떠나다] ② 특성화고 졸업 노동자들 설문·분석
“미래를 위해 겪는 과정” 90%
견디는 듯하지만 퇴사 뜻 높아
연장근무 등 장시간 노동 매여
이직 준비 어려운 ‘악순환’ 굴레
“미래를 위해 겪는 과정” 90%
견디는 듯하지만 퇴사 뜻 높아
연장근무 등 장시간 노동 매여
이직 준비 어려운 ‘악순환’ 굴레
청년노동자가 2일 저녁 경기 안산시 안산스마트허브전망대에서 자신의 일터인 반월국가산업단지을 내려다 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023년, 예순살 윤정민은 공장을 떠난다. 스물한살 최예린은 공장을 떠났다. 떠나며 질문을 남겼다. 왜 한국은 소수의 인재만이 아닌, 다수 노동자가 주인공인 성공을 꿈꾸지 못하는가. <한겨레>는 세 차례에 걸쳐 평범한 노동자의 숙련과 가치를 놓친 혁신과 경제 성장이 개인과 한국 사회에 남긴 불안과 경고를 전한다.
하청 노동시장만 커지는 구조속
청년노동자 숙련 키우기는 요원
2023년 청년 노동자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향하는지는 한국 산업과 사회적 안정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2000년 한 해 64만명이었던 출생아 수는 2021년 26만명까지 3분의 1로 줄었다. 2020년부터 15~64살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현실화됐다. 그만큼 일터에 새로 진입하는 젊은 노동자 한 사람이 산업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것이다.
청년 노동자 대부분은 불안정 저숙련 노동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다. 업종별로 보면, 음식점·숙박업, 도소매업, 보건업,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청년 노동자의 약 33.8%(218만6천명, 2022년 11월까지 월평균)가 일한다. 이들 업종의 중위 임금은 연 2천만~3천만원 수준이다.(2022년 6월 기준 사업체 특성별 임금 분포 현황) 제조업에서도 16.9%(109만명)의 청년이 일하는데, 이 가운데 75%는 중소 규모(300인 미만) 사업장에 속해 있다. 제조업 대규모 사업장(300인 이상) 대비 중소 규모 사업장의 임금 수준은 52%(2021년 기준)에 그친다. 청년이 몰려 있는 작은 사업장과 서비스 업종은 임금뿐만 아니라 사회보험 가입률, 노조 가입률, 상여금·퇴직금 여부 등으로 측정하는 전반적인 안정성 또한 상대적으로 낮다.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 낮은 임금과 불안정성은 당장의 어려움보다 ‘숙련을 향상시킬 가능성’과 관련해 한층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승윤 중앙대 교수는 “소득이 낮고 종사상 지위가 불안정할 경우 저숙련 직업군에 장기간 머물러, ‘불안정 노동의 회전문’을 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으로 필요한 숙련의 내용이 복잡해지고 양극화하며, 시간·부모의 지원 등에 따른 청년 사이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
기업이 청년 노동자의 숙련을 키워줄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인 것을 고려하면, 산업의 불평등 구조를 함께 살펴볼 필요도 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 정규직은 정년과 자동화로 사라져 가기 때문에 하청·중소 기업 등 2차 노동시장이 더 넓어지고 있지만, 이들 기업은 원·하청 구조 속에 성장이 정체돼 노동자의 숙련을 키우기 위한 비전을 가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외국인이나 고령층을 통해 중소기업의 노동력 부족을 잠시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일자리도 성장과 노동자 숙련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산업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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