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겨울철 환기를 위해 실내용 환풍기를 24시간 가동하는 직장인 윤석민(45)씨는 최근 환풍기 전원을 내렸다. 윤씨는 5일 “오른 전기요금 때문에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환풍기를 끄고 창문을 열기로 했다”며 “올겨울은 좀 춥게 지내려고 한다”고 했다. 욕실에 설치된 환풍기는 하루 종일 틀어놔도 월 약 20㎾h(킬로와트시) 미만으로 큰 전력을 소모하진 않지만, 자칫 누진 구간에 접어들 경우 평소보다 훌쩍 요금이 오른 고지서를 받을 수 있어서다.
새해부터 전기요금이 ㎾h당 13.1원씩 인상돼 4인 가족 기준(월평균 사용량 307㎾h) 월 4022원가량 부담이 늘었다. 여기에 가스요금 인상도 예고되면서, 알뜰하게 한파와 싸우는 법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2차 오일쇼크 시기였던 1981년 이후 최대 폭이라 요금에 대한 민감도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전기요금 부담을 반영한 듯 최근 난방비 절약용품 판매도 크게 늘었다. 온라인몰 11번가는 지난해 12월 난방텐트 판매량이 1년 전과 견줘 118%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전기장판을 설치한 실내에서 난방텐트를 쓰면 텐트 내부 기온이 약 3도 높아져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밖에 전기를 쓰지 않아도 되는 방풍비닐(44%)이나 단열시트(33%), 문풍지(21%) 등도 판매량이 늘었다. 직장인 류성균(30)씨는 “가스요금이 많이 나온다 싶으면 난방텐트 구매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전기난방 용품도 절전형, 소형 난방 중심으로 인기가 많았다. 11번가는 같은 기간 전력량이 상대적으로 큰 일반 전기요와 온수매트는 각각 전년보다 15%, 37%씩 판매량이 감소해 ‘역성장’한 반면, 소형·고효율의 전기매트와 전기 히터는 각각 36%, 11% 판매량이 늘었다고 집계했다. 개인사업자 전아무개(40)씨는 “열풍기보다는 라디에이터가 전력량이 낮다고 해서 몇개 비교한 뒤에 구매하려고 한다”고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파로 전기난방 용품 수요가 줄지는 않았다”면서도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 제품은 판매가 줄어든 편”이라고 했다.
가파른 전기요금 인상으로 서민 부담은 커지지만 ‘전기는 펑펑 써도 된다’는 인식 자체를 바꿀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이번 전기료 인상은 시민들이 에너지 소비를 줄일 방법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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