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배추, 무, 돼지고기 등 16대 설 성수품 가격이 지난해보다 낮아지도록 역대 최대 수준의 공급에 나선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새해 첫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설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1월은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 등 계절적 상방 요인이 있는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도 증가하면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물가와 민생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정책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농축수산물 물가 오름세는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지만, 정부는 명절 성수품 수요가 확대되면 물가 상방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정부는 16대 설 성수품이 지난해 설 성수기보다 낮은 수준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집중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오는 20일까지 돼지고기 6만8천톤, 명태 2만4천톤, 사과 1만8천톤 등 16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0만8천톤을 공급할 예정이다. 성수품 공급량은 평시와 견주어 농산물은 2.2배, 축산물은 1.3배, 임산물은 2.3배, 수산물은 1.4배다.
농축수산물 할인에도 역대 최대 규모인 300억원이 투입된다. 오는 25일까지 3주 동안 할인지원을 확대해 체감물가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한도를 기존 행사별 1인당 1만원에서 2만원으로 늘리고,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을 구매할 경우 최대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현장 환급(1인당 2만원 한도)하는 행사도 병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복지할인 지원을 확대하고, 에너지바우처 단가를 올리기로 했다. 우선 기초생활수급자, 노인, 장애인, 한부모가정 등에 지급되는 동절기 에너지바우처 단가가 오는 4월까지 기존 14만5천원에서 15만2천원으로 올라간다. 특히 최근에 가격이 급등한 등유의 경우 소년·소녀 가장과 한부모 취약가구에 지원하는 등유바우처 단가를 31만원에서 64만1천원으로 2배 넘게 올린다. 연탄을 사용하는 5만 취약가구를 위해 연탄쿠폰 지원도 추가로 늘리고, 노인·장애인 등 복지시설과 지역아동센터 등 8500여곳에는 난방비를 월 30∼100만원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저소득층의 필수생활비 지원도 늘린다. 1인 가구 기준 월 4만원이 지원되는 저소득층 농식품바우처 대상을 기존 2만8천가구에서 최소 4만8천가구로 확대하고, 교육방송(EBS) 중학 프리미엄 강좌도 무료 서비스로 전환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최대 800m)에 비례해 최대 20%의 마일리지를 지급하는 알뜰교통카드도 저소득층과 청년에 대해서는 지급액이 늘어난다. 1인당 연간 11만원이 지원되는 저소득층 문화누리카드는 설 명절 전에 자동으로 재충전된다.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는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저금리(1.2∼2.1%) 융자를 지원하되, 연 3천만원 이하 저소득자는 무이자로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설 명절에도 대체휴일을 포함한 연휴 기간(1월21일∼24일)에 고속도로 이용 통행료가 면제된다. 지자체와 공공기관 주차장도 이 기간 무료로 개방된다. 이 기간에 경복궁 등 궁·능 유적지 22곳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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