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병역비리 합동수사팀을 확대하라”고 지시하면서 병역면탈 관련 수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역대 검찰의 병역비리 합동수사는 100명 이상을 적발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유력인사의 자제는 적발되지 않는 등 용두사미로 끝난 사례도 있어 이번 수사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이 병역비리를 위해 합동수사부를 꾸린 건 1998년이 처음이다. 그해 12월 검찰과 경찰, 군은 합동수사부를 꾸리고 이듬해 4월까지 서울지역 병역비리를 수사한 결과 207명을 적발하고 이 중 100명을 구속했다. 당시 병무청 직원이 병역면제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고, 기업인·은행장·교수·의사 등이 브로커를 통해 군의관을 매수해 아들의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단일사건에서 100명 이상을 구속했다는 성과를 냈지만, 고위공직자나 재벌, 군 장성의 연루 여부는 밝히지 못해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16대 총선을 두달 앞둔 2000년 2월 출범한 검·군 병역비리 합동수사반도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1년여 만에 마무리된 사례다. 89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반부패국민연대’가 현역 국회의원 20여명을 포함한 정치인 70명, 재벌총수 11명 등 유력인사 200여명이 병무비리에 연루됐다고 폭로하면서 검찰과 국방부가 합동수사반을 꾸렸는데, 327명 적발·159명을 구속기소했음에도 고 김태호 전 한나라당 의원을 불구속 기소한 것 말고 유력인사는 적발하지 못했다. 2001년 4월 ‘병역비리 몸통’으로 불린 브로커 박노항 전 원사가 붙잡히면서 정치인·고위 관료 등이 연루된 의혹도 드러날 것이란 기대감이 증폭됐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이후 검찰은 2007년 5월 병역특례업체 1800여곳을 전수조사하는 등 병역특례 비리에 대해 대대적으로 수사를 벌여, 가수 싸이 등 산업기능요원에 부당편입하거나 부실복무한 특례자 127명을 적발했다. 전·현직 장차관급 4명 등 일부 고위공직자 아들의 병역비리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업체 관계자들과 사이에서 편의 제공 대가로 금품이 오갔는지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지적됐다.
법조계에서는 브로커를 붙잡아 시작하게 된 이번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뇌전증을 꾸며내는 방식으로 병역면탈 방법을 알려준 브로커를 붙잡아 수사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병역비리 수사 경험이 있는 전직 검찰 간부는 “병역비리 수사는 통상 브로커를 붙잡아 의혹에 연루된 당사자, 의료진 등을 파악하게 되는데, 한번 신체검사라는 유권 판단을 거친 사안이기 때문에 이를 뒤집기가 만만치 않다. 일반범죄보다 혐의 입증이 어려운 편이라 브로커의 진술 등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예고한 만큼 전례에 비춰 이 사건이 마무리될 때도 100명 이상이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사건 파장이 커지면서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에 검사와 수사관을 파견하는 등 수사팀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1일 “지난주에 (이원석 총장이) 병역비리 사건 수사 상황을 보고받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확대 규모를 단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수사팀 일부 확대를 검토하는 단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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