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오케이금융그룹의 조재성. 한국배구연맹 제공
연말 스포츠계가 병역비리 수사로 술렁이고 있다. 프로배구뿐만 아니라 프로축구 선수 등도 거짓 뇌전증(간질) 판정으로 병역 회피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프로배구 오케이(OK)금융그룹 구단은 전날(27일) “조재성이 지난 25일 오후 구단에 병역비리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는 사실을 구단에 알렸다.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조재성을 모든 훈련과 경기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구단에 따르면 1급 현역병 입영 대상이었던 조재성은 입대 연기를 위해 브로커를 만났고, 이후 재검을 통해 뇌전증 진단을 받아 사회복무요원(4급) 판정을 받았다.
조재성처럼 뇌전증 증상으로 위장한 병역비리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프로 스포츠 선수는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비에스〉 보도에 따르면, 축구를 포함해 10여명의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병역비리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측은 28일 오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병역비리와 관련해) 일단 현재까지 신고되거나 파악된 사례는 없다. 이른 시일 내에 전 구단에 자체적으로 조사해서 수사받고 있거나 불법적인 병역 면탈을 한 선수가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 스포츠계는 과거에도 몇 차례 병역비리로 몸살을 앓았다. 2004년에는 프로야구 선수 50여 명이 소변에 혈액과 약물을 섞어 사구체신염 판정을 받는 방법으로 병역 회피를 시도했고, 2008년에는 전, 현직 축구 선수 90여 명이 어깨 탈구를 이유로 수술을 받아 병역을 기피했다가 적발됐다. 거짓 뇌전증 진단으로 인한 병역 기피는 아직 수사 초기 단계여서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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