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쪽이 첫 재판에 출석해 혐의 내용을 전부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김 전 부원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쟁점과 증거조사 방법을 논의했다. 김 전 부원장의 변호인은 “공소사실 모두 사실이 아니다. 법정에서 억울함을 충분히 밝혀나가겠다”고 밝혔다.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지만 김 전 부원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변호사 등이 재판에 출석했다. 함께 기소된 남욱 변호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검찰은 “김용과 유동규의 수수관계가 쟁점”이라며 “은밀히 이뤄지는 불법 정치자금 사건 특성상 이 정도로 증거가 탄탄하기는 어렵다는 게 검찰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전 부원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이 사건 공소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측근들의 관계 등 전제사실의 비중이 무겁게 반영된 점을 두고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재판부가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피고인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공소장에는 혐의와 직접 관련된 내용만 간략히 기재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상 원칙이다.
김 전 부원장 쪽은 “공소장이 20쪽 정도 되는데, 기본적 범죄사실은 1~2쪽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거의 전제사실이라는 명분으로 재판장이 사건에 선입관을 가지게끔 검찰의 주장이 적혀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검찰은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한다고 보긴 어렵다. 단순히 2021년에 국한해 범행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약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대장동 사업을 함께 진행하면서 경제적으로 유착된 피고인들이 본건 범행에 이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전 본부장 등 민간 사업자 쪽은 대체로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전제사실이나 공모관계 등 법리적 해석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고 밝혔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4~8월 남 변호사로부터 총 4차례에 걸쳐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앞으로 1~2회 정도 공판준비기일을 연 다음 본격적으로 심리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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