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대응과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영장이 청구된 경찰 간부 4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5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 연합뉴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현장 책임자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가리는 경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영장 신청을 검토하던 용산구청장 및 용산소방서장 등에 대한 추가 신병 확보도 장담하기 어려워졌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5일 김유미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이 전 서장(총경)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는 사실상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어권 보장이라는 단어가 나온 건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라며 “이 전 서장이 (시민들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도 이를 방지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입증되고, 부적절한 조치가 상당하게 영향력을 미쳐 사망에 이르렀다는 부분까지 입증해야 할 책임이 특수본에 있다”고 했다.
같은 논리로 용산구청장 등 피의자에 대한 혐의 입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안부와 지자체 등은 구체적인 혐의는 달라도 과실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법리 구성의 논리구조가 같기 때문에 역시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이날 “기각 사유를 분석한 뒤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장 같은 혐의를 적용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재검토에 들어갔다. 현장 책임자에게 뚜렷하지 않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윗선’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이상민 장관 등에 적용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반면 행안부와 지자체 등의 경우 경찰과는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는 “현장 대처만 두고 다투면 ‘보고를 못 받았다’며 피해갈 수 있지만, 사전에 대책을 세우지 않는 등 재난관리 책임기관으로 책임을 다했는지 여부를 다투면 행안부와 지자체의 결과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특수본이 현장 총책임자의 첫 신병 확보부터 법원을 설득할 주요 혐의 소명에 실패하면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한 달이 넘도록 수차례의 압수수색과 광범위한 참고인 조사를 벌인 상황에서, 추가 보완 수사로 다른 판단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셀프 수사’라는 비판을 받아온 특수본이 보여주기식으로라도 영장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창현 교수는 “경찰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수사를 안했다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구속영장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수사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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