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의실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피해자 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피해 생존자인 박순이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랑인들을 교화하겠다며 영장도 없이 구금하고 강제노역·가혹행위 등으로 인권을 유린했던 형제복지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진실화해위) 진실규명을 통해 피해가 인정된 피해자 72명과 일부 유족 등 총 75명을 대리해 국가와 부산광역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영선 민변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형제복지원 첫 폭로 이후 만 11년 만에 국가배상을 청구하게 됐다”며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결정 이후 첫 집단소송이고, 민간시설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묻게 된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건 당시 내무부 훈령과 부산시 조례 등을 근거로 가혹행위가 이뤄지고 사망 등의 결과가 초래된 점, 정부와 부산시가 형제복지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게을리한 책임을 소송을 통해 물을 예정이다. 우선 1인당 5천만원의 청구액으로 서울중앙지법과 부산지법에 소장을 접수할 예정인데, 피해자들의 구체적 진술을 토대로 손해배상 청구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피해 생존자 박순이씨는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이 소외되지 않고 한번이라도 편하게 웃으면서 사는 걸 보고 싶다”며 “국가가 운영한 시설이었던 선감학원은 사건 관련 자료가 있지만, (민간시설인) 형제복지원은 자료가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자료가 없어서 소송이 어려운 다른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기자회견을 하면서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 생존자 임영택씨도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우리가 국가를 상대로 하는 소송에 휘말리고 이런 자리에 와서 고통 당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987년 처음 알려진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은 군사독재 시절 사회 통제 정책의 일환으로 부랑인으로 분류된 사람들을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해 강제노역·폭행·가혹행위 등으로 교화하려 한 사건이다. 민간시설인 형제복지원은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한 뒤 이 같은 만행을 저질렀으며, 계약 기간 동안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3만8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구타와 가혹행위 등으로 무려 65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5월 이 사건 첫 조사개시 결정 이후 약 1년3개월 만인 지난 8월23일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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