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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형제복지원 사망자 105명 추가…조현병 약 25만정 구입도

등록 2022-08-24 10:00수정 2022-08-25 09:03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1차 진실규명
35년 만에 국가로부터 피해자 인정
사망자 105명 추가 확인…657명으로
“반항하면 약물 과다 투약해 통제한 듯”
당시 전두환은 박인근 원장 두둔하며
“부랑인 수용 문제, 시설운영자 문제 아냐”
경찰 단속에 걸려 형제복지원으로 끌려온 아이들 모습.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제공
경찰 단속에 걸려 형제복지원으로 끌려온 아이들 모습.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제공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 기관으로부터 ‘피해자’로 공식 인정됐다. 1986년 형제복지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시작으로 당시 야당인 신민당이 1987년 진상조사단을 꾸려 처음으로 조사를 한 뒤 35년 만이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부가 공식 사과를 하고 비인간적인 수용소 생활을 견뎌야 했던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경제적 문제에 대한 보상도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위원장 정근식)는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 191명에 대한 1차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5월 조사개시를 결정한 뒤 1년 3개월간 자료 및 진술 조사 등을 진행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는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회복과 트라우마 치유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가가 의무 안 해…보안사 요원 위장침투도”

이날 진실화해위는 피해자 191명에 대한 1차 진실규명을 결정하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를 “사회통제적 부랑인 정책 및 사회복지 및 치안관계 법령, 내무부 훈령 제410호, 부산시 부랑인 일시보호 위탁계약 등을 근거로 공권력이 직·간접적으로 부랑인으로 칭한 사람들을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해 강제노역, 폭행, 가혹행위, 사망, 실종 등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형제복지원 사건이 ‘국가의 책임’임을 분명히 했다.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 운영과정에서 수용인은 감금상태에서 강제노역, 폭행, 가혹행위, 성폭력, 사망에 이르는 등 인간 존엄성을 침해받았으며 국가는 형제복지원에 대한 관리 감독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진정을 국가가 묵살했고, 그 사실을 인지해도 조처하지 않았으며 1987년 이 사건을 축소·왜곡해 실체적 사실관계에 따른 합당한 법적 처단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1986년 5월 보안사령부가 작성한 ‘간첩용의자(납귀어부)에 대한 근원 발굴 보고’ 일부. 보안사는 형제복지원에 대해 “부산지역 부랑자 3000여 명을 강제 격리 수용하고 있는 시설로서 불순분자에 의한 조직적 집단행동 유발시 위해성이 높은 집단”으로 판단하면서도 “교도소보다 더 강한 규율과 통제로 재소자 대부분이 동소에서 탈출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진실화해위 제공
1986년 5월 보안사령부가 작성한 ‘간첩용의자(납귀어부)에 대한 근원 발굴 보고’ 일부. 보안사는 형제복지원에 대해 “부산지역 부랑자 3000여 명을 강제 격리 수용하고 있는 시설로서 불순분자에 의한 조직적 집단행동 유발시 위해성이 높은 집단”으로 판단하면서도 “교도소보다 더 강한 규율과 통제로 재소자 대부분이 동소에서 탈출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진실화해위 제공

정부와 군이 형제복지원을 ‘관리’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정황도 이번 조사를 통해 처음 밝혀졌다. 진실화해위는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 문건을 확보해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던 납북귀환어부 김아무개(29)씨를 감시하기 위해 보안사가 요원을 위장 침투시킨 정황을 확인했다.

진실화해위는 “보안사는 이 수사공작을 ‘갈채공작’으로 명명하고 승인했다”며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으로부터 서약서를 받고 지속적으로 관리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자를 ‘신원특이자’로 구분해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하고 감시한 정황이 드러나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등의 문건도 발견됐다.

2018년 9월3일 국회 앞에서 ‘형제복지원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예술인 행동’ 집회가 열렸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2018년 9월3일 국회 앞에서 ‘형제복지원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예술인 행동’ 집회가 열렸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대규모 인권유린 사건인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최승우씨가 2020년 5월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10m 높이 캐노피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대규모 인권유린 사건인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최승우씨가 2020년 5월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10m 높이 캐노피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사망자 105명 추가 확인…일부는 암매장”

새롭게 드러난 피해사실과 인권침해도 있다. 기존에 알려진 사망자 수는 552명이었는데 진실화해위가 처음으로 확보한 사망자 통계와 명단 등을 종합한 결과 사망자 수는 657명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 수용자 중 응급 후송 중 사망 등 의문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사망진단서도 조작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에게 정신과 약물을 과다 투약해 의학적으로 통제하고, 높은 사망률 문제도 드러났다. 1986년 형제복지원 회계에서 지출된 ‘정신환자시약비’는 1267만원으로, 일반환자시약비(1015만원)보다 많았고, 1년간 342명이 매일 2번 복용할 수 있는 정신과 약물 클로르프로마진(조현병 환자의 증세 완화제) 25만정을 구입한 내역도 발견됐다.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이 수용자 중 부적응자나 반항자에게 임의로 약물을 투여해 정신요양원을 ‘근신소대’처럼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의 사망자 수도 1986년 한 해에만 135명으로, 당시 일반국민 사망률(0.318%)보다 13.5배 높았다. 

박인근은 형제복지원이 최고의 부랑인 수용 시설임을 보여주기 위해 회고록에 원생들과 각종 시설 사진을 실었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 제공
박인근은 형제복지원이 최고의 부랑인 수용 시설임을 보여주기 위해 회고록에 원생들과 각종 시설 사진을 실었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 제공

“정부는 피해자·유족에 피해 회복 방안 마련해야”

1987년 2월16일 작성된 ‘1987년 보건사회부 업무보고’ 중 대통령 지시사항.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씨는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뒤 한 달이 지나 처음 입장을 내 “부랑인수용보호 문제는 시설운영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책임자 처벌과 거리를 두고자 했다. 진실화해위 제공
1987년 2월16일 작성된 ‘1987년 보건사회부 업무보고’ 중 대통령 지시사항.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씨는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뒤 한 달이 지나 처음 입장을 내 “부랑인수용보호 문제는 시설운영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책임자 처벌과 거리를 두고자 했다. 진실화해위 제공

8월 현재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진실규명을 신청한 이들의 수는 544명으로, 진실화해위는 오는 12월까지 계속해서 접수를 받은 뒤 신청 순서대로 추가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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