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 협의회 규모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보름 만에 전체 희생자 158명 중 67명의 유족이 협의회에 참여했다. 정부가 유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꺼리는 등 참사 이후 유족 지원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유족들이 알아서 수소문해 결집하는 모양새다.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가칭) 준비모임’에는 29일 기준 희생자 67명의 유족이 참여하고 있다. 전날 65명에서 2명이 늘었다. 유족 협의회에 참여한 최아무개(63)씨는 <한겨레>에 “유족들이 나만 당하고 있는 슬픔인 줄 알고 있다가, 지난 22일 열린 기자회견을 계기로 다들 어렵게 연락을 해왔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한달) 다들 자식을 잃은 슬픔 때문에 실의에 빠져 있다가 요즘은 같이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유족 모임은 지난 15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을 통해 희생자 17명의 유족 30여명이 모이며 첫 발을 뗐다. 이어 22일에는 희생자 34명의 유족이 기자회견을 열어 유족 참여를 보장한 진상 규명과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후 희생자 유족들이 자발적으로 협의회로 모여들며, 28일에는 희생자 65명의 유족이 “모든 희생자들이 언제든지 합류할 수 있는 협의회를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족들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며, 책임자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협의회 취지를 밝혔다.
유족들은 정부 행태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희생자 이지한 배우의 아버지(54)는 “유족들이 어떤 걸 원하는지,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지 등을 전혀 물어보지 않고 지난 한달 간 정부 마음대로 해왔다. 희생자 158명의 과거·현재·미래가 다 사라졌는데, 정부가 (참사를) 정쟁으로 몰고 가거나 유족들이 아무것도 못 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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