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에스피씨(SPC)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 본사에서 계열사 에스피엘(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스피씨(SPC)그룹 총수 일가 경영권 세습을 위한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이 허영인 회장의 차남 허희수 부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지난 23일 허 부사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검찰은 허 부사장을 비롯한 그룹 총수 일가가 계열사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생산계열사 밀다원 주식을 다른 계열사인 삼립에 저가로 양도하는 등 계열사 내 부당 지원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런 부당 지원이 기업 지배력을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경영권 세습 수법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020년 7월 계열사를 동원한 이익 몰아주기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허영인 회장과 조상호 전 그룹 총괄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공정위는 경영권 세습이 ‘이익 몰아주기’의 주된 동기 가운데 하나라고 판단했다. 에스피씨그룹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 지분을 총수 일가가 100% 소유하고 있는데, 삼립에 이익을 몰아줘 주식 가치를 높인 뒤 파리크라상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총수 일가 주식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정위 고발 뒤인 2020년 9월에는 샤니 소액주주들이 허희수 부사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지난 2년 간 지지부진했던 검찰 수사는 최근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검찰은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에스피씨그룹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7일에는 황재복 에스피씨그룹 대표이사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조만간 허영인 회장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의 배임 혐의 등에 대한 공소시효는 오는 12월 만료된다.
전날 검찰 조사를 받은 허희수 부사장은 2018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당시 에스피씨그룹은 허 부사장을 경영 일선에서 영구 배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집행유예 기간이던 지난해 11월 슬그머니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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