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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압사당할 것 같아요” 112신고 11건은 어떻게 무시당했나 [이태원참사 8시간의 기록]

등록 2022-11-24 13:17수정 2022-11-24 14:02

[이태원참사 8시간의 기록] ①경고: 29일 18시34분~22시6분
지난 10월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명사고 현장에 구두와 핼러윈 호박 모형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명사고 현장에 구두와 핼러윈 호박 모형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24일 국회가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의 첫발을 내딛었다. <한겨레>는 국회 국정조사에서 되짚어야 할 10월29일 저녁 6시34분 112 첫 신고부터 30일 새벽 2시30분 첫 재난대책회의까지 절규로 가득 찼던 이태원 참사의 지옥 같은 8시간을 정리한다. <한겨레>가 직접 취재한 내용과 함께 △경찰 특별수사본부 언론 브리핑 △소방·경찰·대통령실 등 정부 자료 △구조 상황 보고서 △현장 녹취 및 메시지(112·119 신고 녹취, 소방 무전 녹취, 모바일 상황실 메시지) △국회 요청 자료 등을 종합해 국가가 사라졌던 결정적인 순간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사람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아요.”

10월29일 오후 6시34분 이태원 압사 사고를 우려하는 112 신고가 들어왔다. 참사 발생 4시간 전이었다. 세계음식거리에 가득한 사람들이 너비 3.2m의 경사진 골목으로 밀려들자 “위험하니 통제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10시11분까지 11건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이태원 일대에 배치된 경찰 인력은 137명뿐이었다. 이 가운데 50명은 사복 경찰로 마약 단속에 집중했다. 용산경찰서는 참사가 발생하기 9분 전인 10시6분까지 대대적인 마약 단속을 예고하는 문자메시지를 언론에 보냈다. 그러나 마약 단속 실적은 한건도 없었다.

이날 경찰은 대통령실을 보고 있었다. 7시34분 이태원 현장에 있던 경찰이 용산경찰서에 교통 기동대 긴급 출동을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 대응이 우선이라는 거절 답변이 돌아왔다. 당시 경찰이 추산한 대통령실 인근 집회·시위 인력은 4만9500여명.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서울경찰청은 소속 기동대 인력 3500여명을 모두 동원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 기동대가 배치되지 않은 것을 두고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서울경찰청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지난 11월16일 국회에서 “서울청 주무 부서에 (교통 및 경비) 기동대를 요청했지만, 당일 집회·시위가 많아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틀 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언론 브리핑에서 “용산서가 서울청에 교통 기동대를 요청한 사실은 확인했으나, 경비 기동대를 요청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교통 기동대마저도 현장 도착이 늦었다. 용산경찰서 교통 기동대 1개 제대(20여명)는 원래 8시30분까지 이태원 현장에 투입됐어야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관리하다 저녁식사 때를 놓쳤다. 뒤늦게 허기를 달래고 9시34분 도착했다. 그 무렵 이태원역 1번 출구 일대는 차도까지 인파가 넘쳤다. 차들이 도로 위에 그대로 멈춰 서 있어 교통 기동대는 차량 통제에 나섰다.

13만명이 몰려들었지만 인파를 통제하는 경비 기동대는 한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첫 경비 기동대가 이태원에 도착한 시간은 11시40분. “구급차를 보내달라. (인파에) 갇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소방대원의 목소리가 11시39분 소방 무전기에서 터져 나온 직후였다. 참사가 발생한 지 1시간25분 지나서야 인파 통제가 본격화된 것이다. 당시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심폐소생술(CPR)로 한명이라도 더 살리려는 경찰·구급대원·시민들과 이미 심장이 멎은 희생자들이 뒤섞여 있었다. 24일 현재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158명이다.

6시34분부터 쏟아진 112 신고는 경찰 내부에서 전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책임자인 류미진 상황관리관은 11시39분에야 사고 발생을 인지했다. 상황실이 아니라 자신의 사무실에 온종일 머문 탓이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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