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 19일 새벽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의 칼끝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목전까지 도달했다. 검찰은 정 실장의 구속기간 동안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증거관계를 보강한 뒤, 이 대표에 대한 직접 조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20일 오후 정 실장을 구속 뒤 처음으로 불러 4시간여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반적인 의혹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 실장이 2013~20년 대장동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자 선정 등 대가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에게 1억4천만원을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수익 428억원을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과 나누기로 약속했고, 지난해 9월 유 전 본부장에게 휴대전화를 없애라고 지시한 것으로도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정 실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이 대표를 향하는 검찰 수사의 중대 분기점으로 주목받았다. 사법부가 치열하게 혐의를 다투는 검찰과 정 실장 가운데 어느 쪽 주장에 귀 기울일지 가늠할 수 있는 첫 사법 절차였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9일 새벽 김세용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우려 및 도망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통상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클 때 ‘도망 우려’가 발부 사유로 언급된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나마 검찰의 혐의 소명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판단이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정 실장 쪽은 여전히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 실장 쪽은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청사에 출석하며 “(구속적부심 신청을) 내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유 전 본부장과의 대질신문 등에도 응하겠다는 뜻을 이날 검찰 쪽에 밝혔다고 한다.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 실장 구속으로 최장 20일의 구속기간을 확보한 검찰은, 수시로 정 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불러 조사하며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서 이 대표와 정 실장이 “정치적 공동체”라며, “이 대표가 추진하는 일을 실무선에서 사전에 검토하고 추진했다”고 적시한 바 있다. 정 실장의 뇌물 혐의 등에 적용된 부정한 청탁의 인허가권자가 이 대표였다는 점에서, 관련 내용을 이 대표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한 셈이다. 검찰은 또 정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서 이 대표를 102회, 김 부원장 공소장에서 57회 언급하면서 이 수사의 종착지가 이 대표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다만 해당 의혹들에 이 대표가 관여하거나 인지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직접 증거는 여전히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 실장이라는 ‘키맨’이 구속됐지만, 여전히 혐의를 입증할 핵심 물증 ‘스모킹건’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검찰 간부는 “올해 안에 이 대표를 불러 조사하는 게 검찰이 원하는 ‘최상’의 계획일 텐데, 결정적인 진술이나 물증이 나오지 않는 한 예산국회를 이끌고 있는 제1야당 대표를 부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이 끝까지 이 대표와의 관련성을 부인할 경우 이 대표까지 닿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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