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와 남욱 변호사. <한겨레> 자료사진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1년째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의 구속 연장을 법원에 요청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진술을 끌어내기 위한 ‘압박 카드’, 회유 논란을 막으려는 ‘보여주기 카드’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석방 과정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검찰 수사 협조 대가 아니냐는 의혹을 산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 김만배·남욱·유동규 등의 1심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에 “남욱·김만배 두 사람은 계속 구속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11월 구속된 남 변호사와 김씨는 지난 5월 구속기간이 6개월 연장됐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과 24일 0시를 기해 각각 구속기간이 만료된다. 앞서 이 사건 또다른 피고인인 유 전 본부장은 지난달 20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검찰은 재판부에 “증거 인멸 전력이 있다” “공범과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크다” “추가 기소 사건에서 출석에 불응한 적이 있다”며 계속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김만배씨 쪽은 “명백한 별건 영장”, 남 변호사 쪽은 “검찰권·공소권 남용”이라며 반발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하지 않고 있는 김만배씨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이 유동규 전 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개발 수익 700억원(경비 제외 428억원)을 나눠 가지기로 ‘3자 공유 약정’을 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김용·정진상 몫은 ‘이재명 대선 자금 저수지’라는 민간사업자 쪽 진술을 근거로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임을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만배씨는 “700억원은 모두 내 돈”이라는 입장을 1년째 고수하고 있다. 검찰로서는 이를 깨거나 정리하지 않으면 향후 관련 수사나 공소유지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김씨에 대한 구속 연장 요청은 입을 열게 만들겠다는 일종의 압박 전술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남 변호사 구속 연장 요청은 셈법이 복잡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 불을 댕긴 불법 정치자금 8억여원 조성 등을 진술하며 검찰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알려진 남 변호사는 구속 연장 요청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단 검찰이 이 대표 최측근을 옭아매는 핵심 진술을 한 유동규와 자신의 구속 필요성을 다르게 판단한 것에 대한 불만이라는 해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해서도 법원에 구속 연장 의견을 냈다고 말하고 있지만, 법원 쪽 설명과는 온도차가 크다.
검찰로서는 김 부원장을 8억여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한 상황에서 이 돈을 공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남 변호사까지 석방하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씨와 달리 검찰 조사에 협조하는 상황이라, 남 변호사만 콕 집어 풀어주면 또 다시 회유·협상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은 유 전 본부장 석방을 두고 “검찰에 필요한 진술을 해주고 석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검찰이 김용·정진상 쪽에 전달된 돈의 출처로 지목한 남 변호사를 풀어주게 되면 그 자체로 뒷거래 논란이 재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구속 연장 요청이라고 지적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13일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의 뒷돈 의혹으로 대장동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돈을 마련하고 전달한 과정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남 변호사가 풀려나면 어떤 쪽으로든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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