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공소장을 살펴보면, 이 수사의 종착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검찰은 김 부원장의 구체적인 혐의 사실을 설명하는데 19쪽 분량 공소장 가운데 3쪽을 할애한 반면,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김 부원장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이 ‘정치적 동지 관계’를 맺게 되는 과정을 더 공들여 설명했다.
11일 <한겨레>가 김 부원장 공소장을 분석한 결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고인인 김 부원장·남욱 변호사·유동규 전 본부장·정민용 변호사의 구체적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실이 적시된 분량은 3쪽에 그쳤다. 공소장 나머지 분량에는 피고인들의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과, 이들이 각자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이 대표의 시장 선거 등을 지원한 10여년의 과정이 촘촘히 기술돼 있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대표의 정치 행로가 압축된 공소장에는 이 대표의 이름이 57차례 언급돼, 정작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53회), 김용·남욱(46회), 정민용(17회) 등 피고인들보다 많았다.
검찰은 지난해 4~8월 김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 등과 공모해 이 대표의 당내 경선을 준비하면서 4차례에 걸쳐 8억4700만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도 유 전 본부장이 김 부원장에게 돈을 전달한 날짜와 시간을 특정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 이재명 대표가 이들 혐의를 인지했거나 지시했다는 공모관계도 담지 않았다. 김 부원장을 조사하는 단계에서 직접적인 물증을 제시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대신 공소장에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김 부원장 등 피고인 사이 유착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이 자세히 쓰여있다. 검찰은 김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이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이재명 대표와 우호적 관계를 맺었다고 봤다. 특히 ‘김용-유동규-정진상’이 매우 밀접한 관계가 돼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뿐 아니라 향후 중앙 정계 진출 등 정치활동을 돕는 관계로까지 발전했다”고 적시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당선을 위해 ‘김용-유동규-남욱’ 등이 선거운동을 했고, 당시 김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남 변호사 등에게 선거자금을 지원받았다고도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 내용은 범죄 혐의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법조계 한쪽에서는 검찰이 이처럼 이 대표와 측근들의 관계 설명에 공들인 것을 두고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재판부가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피고인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혐의 내용과 직접 관련된 내용만 간략히 기재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상 원칙이다. 형사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친분 형성 과정을 공들여 설명해 (피고인들과)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를 부각시키는 한편, 김 부원장 등이 이 대표와 공모했을 것이라는 예단을 생기게 하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혐의와 직접 관계없는 내용을 공소장에 과도하게 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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