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8일 늑장 대응으로 참사를 키운 윤희근 경찰청장실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실을 뒤늦게 압수수색했다. 수사가 윗선을 향하는 모양새지만 이미 입건한 피의자의 혐의를 낮추고, 행정안전부 쪽 수사는 법리 검토 수준에 머물고 있어 ‘셀프 수사’ 논란은 여전하다.
8일 특수본은 오전 9시 경찰청을 시작으로 오전 10시부터 서울경찰청, 용산구청, 서울소방재난본부, 서울교통공사본부 등 참사 관련 4개 기관 55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2일 첫 압수수색에서 빠졌던 경찰청장실과 서울경찰청장실이 압수수색에 포함됐다.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등으로 검찰이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실을 압수수색한 적은 있지만, 경찰 최고 지휘부 두 곳이 동시에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은 처음이다. 다만 특수본은 윤희근·김광호 두 사람은 참고인 신분이며 피의자로 입건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이날 윤 청장과 김 청장을 비롯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의 휴대전화 45점, 핼러윈 안전대책 관련 문서 472점, 컴퓨터 전자정보 1만2593점, 경찰청사 안팎 시시티브이(CCTV) 녹화영상 등 영상 15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재난대응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쪽 수사 역시 좀체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 장관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를 총괄할 뿐 아니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 재난을 책임지는 자리다. 특수본은 “법령상 주어진 책무와 역할에 대해 법리 검토중”이라고 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 책임만을 주로 언급하며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태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특수본은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당직이었던 류미진 총경에게는 직무유기 혐의만 적용된다고 정정했다. 전날 특수본은 류 총경을 직무유기 외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도 피의자 입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수본은 “혐의를 적을 때 착오가 있었다”고 했는데, 형량이 무거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는 현재까지 참사 당일 현장 경찰들을 중심으로 적용되는 분위기다. 특수본은 “류 총경은 당시 이태원 상황을 몰랐기 때문에 상황근무지 이탈에 따른 직무유기 혐의만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런 특수본 판단이 앞으로 수사 방향과 강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창민 변호사(‘10·29 참사’ 티에프 공동간사)는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이 인지하지 못했다고 성급히 결론을 내리면, 윗선 경찰 지휘부 수사 여지도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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