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태원 참사의 수습 방향을 경찰의 부실대응 책임을 묻는 쪽으로 몰아가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며 경찰을 강하게 질타했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8일 이에 부응하듯 경찰청 등 55곳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럴수록 국정 총책임자인 윤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들의 일관된 책임 회피와 변명만 도드라져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가안전시스템 회의에서 “경찰 업무에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또 “책임은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하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도 했다. ‘정부 책임론’이 아닌 ‘경찰 책임론’으로 선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 요구에도 선을 그은 셈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156명의 목숨이 스러졌는데, 국정 총책임자로서 지금껏 참사를 막지 못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한 적은 한번도 없다. “모든 국가 위험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라고 했던 말의 의미는 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경찰의 책임은 막중하다. 이태원 관할인 용산경찰서가 핼러윈 축제를 대비해야 한다는 사전 보고서를 묵살하고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점, 용산서장의 이해할 수 없는 동선과 경찰 수뇌부의 어처구니없는 태만 등은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철저한 수사를 거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고위 공직자들에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는 것 또한 분명하다. 그러나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밝히기로, 이날까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내각 구성원이나 대통령실 참모진은 없다고 한다.
이상민 장관은 총괄 부처 장관으로서 참사 당시 무슨 지휘를 어떻게 했는지 여태 밝히지 않고 있다. 참사 이후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은 것만으로도 엄한 문책을 받아야 하는데도 자리를 고집하고 있다. 사전 대비에 손 놓고 있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한 마음의 책임”을 지겠다고만 했다. 법적 책임과 형사적 책임에 치중하는 윤 대통령의 인식과 공직자들의 이런 무책임한 태도는 결코 무관하지 않다. 경찰 책임으로 ‘꼬리 자르기’ 하며 사태를 마무리하려 한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