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이 인파 관리보다 마약 단속에 더 치중했다는 지적에 대해 “정치적 장삿속을 채우지 말라”고 했다. 경찰의 오판과 부실 대응이 참사를 키운 사실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주요 참사 원인으로 볼 수 있는 경찰력 운용에 대한 지적을 “정치적 장삿속”으로 치부한 것이다. 앞서 한 장관은 법무부 시행령을 고쳐 검찰의 마약범죄 직접수사를 확대하는 등 경찰과 경쟁을 벌여왔다.
한 장관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참석에 앞서 ‘경찰이 마약 단속에 집중해 참사를 막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는 취재진 질문에 “공직자로서 참사에 대해 대단히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비극을 이용해 정치적 장삿속을 채우거나 허무맹랑한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힘을 실은 ‘마약과의 전쟁’이 경찰력 운용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에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날 법사위 내내 관련 논쟁이 이어졌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당시 경찰 배치 현황을 보면, 정복 경찰은 무단횡단, 불법주정차 단속을 한 반면, 마약 단속 인력은 참사 현장 근처에 배치돼 있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마약 수사에 집중하느라 사고 대처가 안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지적하자,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이 마약 수사에 진심을 갖고 있다 해서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있다고 얘기하는건 허무맹랑하다. 괴담 수준의 말씀을 하는 것에 대해 참담하다”고 맞받았다. 이어 최강욱 민주당 의원이 “국민들에게 경찰이든 법무부든 마약 경찰이든 경비 경찰이든 다 국가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누가 마약 수사 하지 말라고 했느냐”고 말하자, 이에 대해서도 “지금 (하지 말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는 137명의 경찰이 배치됐다. 이 가운데 50명은 마약 단속을 위한 사복 경찰이었다. 현장 질서 유지를 맡은 교통기동대(20명), 교통(6명), 이태원파출소(32명) 등보다 많은 수였다. 마약단속반은 참사가 벌어지고 26분이 지난 밤 10시41분에야 사고 현장에 배치됐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156명의 젊은이가 서울 한복판에서 목숨을 잃은 재난 상황을 두고 행정 난맥이 없었는지를 살피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다. 참사 전까지 투입됐던 경찰 가운데 마약단속반이 가장 많았다면 당연히 뒤따를 수밖에 없는 의문인데, 과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한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참사 발생에 대해서는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한 장관은 박범계 의원이 사과를 요구하자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생각한다. 국가는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사망자’ ‘참사 희생자’ 용어 논란에 대해서도 “참사를 두고 (희생자를 지칭하는) 말을 가지고 그러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저는 피해자이자 희생자라고 하는 것이 국민에게 더 다가가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장관은 이태원 참사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특검 도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법무부 장관은 상설특검을 직권 발동할 수 있다. 그는 “신속한 수사가 관건인 대형참사 수사에서 특별검사가 초동 단계부터 수사하는 것은 진실을 규명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