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통제된 서울 용산구 사고 현장에서 30일 새벽 소방관과 경찰들이 사상자를 이송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29일 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인 6시34분, 처음으로 112에 전화를 걸었던 신고자가 “6시쯤부터 (사고 골목에서) 사람들이 밑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내려가! 내려가!’ 구호를 외치는 상황”이었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태원 주민 ㄱ씨는 2일 <티비에스>(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아이·남편과 이태원 거리를 걷기 시작한 게 6시쯤이었다. (사고가 난) 티(T)자 골목의 윗부분부터 무서웠다. 구경하려고 들어섰을 때부터 뒤로 가야겠는데 뒤로 갈 수가 없었다”며 “인파에 몰려서 쭉 한 방향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1번 출구에서도 그렇게 많이 올라올 거라고 못 봤다. 옆에 클럽에 줄 서 있던 빨간 벨트 라인 옆에 붙어있다가 해밀톤호텔 2층 옷가게로 들어가서 내려왔다”고 했다.
ㄱ씨는 이곳에서 딸과 남편을 기다리면서 “112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112에 신고하면서 “지금 해밀톤 골목, 그 골목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는데 너무 불안한다. 이거 압사당할 것 같다. 겨우 빠져나왔는데 통제해 주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ㄱ씨는 “1번 출구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이 올라와서 90% 이상 그 골목으로 모두 올라가려고 했다”며 “사람들이 웃으면서 (상황을) 잘 모르고 그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 보니까 위험하다고 생각을 하고 전화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ㄱ씨는 “딸은 사고 난 골목으로 내려왔다. 아빠랑 또 헤어졌다. 헤어지려고 헤어진 게 아니라 인파에 휩쓸려서 아빠가 딸을 놓쳤다”며 “나중에 아이 아빠가 ‘이 상황이 너무 무서웠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ㄱ씨는 “‘경찰분들이 오는데 시간이 걸리니, 젊은 사람들하고 인간 띠를 만들어서라도 이 골목 올라가는 걸 좀 막으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때만이라도 심각성을 알고 판단을 다르게 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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