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사고로 153명(30일 오후 4시30분 기준)이 사망한 가운데,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심폐소생술(CPR)을 배우겠다는 시민이 늘고 있다.
29일 밤 서울 용산 이태원 골목에 인파가 몰려 수백 명이 깔리며 구조가 늦어지자 시민들이
직접 구조 작업에 나섰다. 한 목격자는 “환자가 한 명씩 내려오면 ‘의사, 간호사 있느냐’ ‘심폐소생술 할 줄 아는 사람 나오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사고 직후 많은 시민이 소방구급대원과 함께 환자의 심폐소생술에 참여했다.
대한심폐소생협회는 “심폐소생술은 심장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혈액을 순환시켜, 뇌의 손상을 지연시키고 심장이 마비 상태로부터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고 설명한다. 심장마비를 목격한 사람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게 되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심장마비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진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배운 후 응급 상황에서 이를 효율적으로 시행한다면 수많은 심장 마비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태원 참사 때는 응급조처가 필요한 환자에 비해 심폐소생술이 가능한 인력이 부족했다. 직장인 김아무개(27)씨는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에 관심이 생겨 대학교 교양 수업에서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따게 됐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겪고 나서 안타까운 목숨을 하나라도 더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격증 갱신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보고 심폐소생술을 배우기로 결심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정아무개(20)씨는 “‘친구에게 1시간 넘게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결국 친구의 맥박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언론 인터뷰를 보고 눈물밖에 나지 않았다”며 “중·고등학생 때 심폐소생술을 배웠던 기억은 있지만, 막상 사고가 나면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몰라 다시 배우고 싶다”고 했다. 직장인 나유리(34)씨는 “시민들까지 나서서 심폐소생술에 참여하는 상황을 지켜보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사고를 보니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순간이 닥칠 수 있겠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게 나부터 알아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학생 김아무개(15)양도 “학교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웠는데 다시 교육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배우지만 잘 모르는 학생들도 많다. 이번에 10대 사망자도 있다고 들어서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의료인들은 전문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심정지 환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간호사 김아무개(25)씨는 “심정지 상황은 예기치 못하게 주위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한 번의 실습이 올바른 심폐소생술로 이어지긴 힘들 수 있지만, 골든타임이라 불리는 4분 이내에 어설프더라도 조처가 시작된다면 소생 가능성은 ‘0’에서 조금이라도 높아진다. 어설프게라도 배워본 사람의 대처는 다르다”고 말했다.
심폐소생술 자격증이나 이수증(2년)은 대한적십자사, 대한심폐소생협회 등에서 응급처치 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 발급한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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