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는 좁은 골목에 대규모 인원이 몰려 서로 눌렸고, 인파에 가로막혀 119 구조대원들이 피해자들한테 심폐소생술(CPR) 등 신속한 응급의료 조처를 하지 못하면서 질식사한 피해자들이 많았다. 특히 호흡기 문제로 심정지가 온 경우 4∼5분 안에 호흡을 돌려놓지 않으면 소생률이 극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의료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들어차게 되면 호흡곤란으로 인한 심정지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사람이 숨을 쉬는 원리를 보면, 가슴에 힘을 주어 흉곽이 바깥으로 늘어나게 해야 횡경막이 가슴을 대기압보다 낮은 음압 상태로 만들어 공기(산소)가 자연스레 폐로 들어가는 구조다. 이번 참사처럼 사방에서 가슴을 짓누르는 상황이 되면 흉곽이 늘어날 수 없어 외부 공기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이때 몸 안에 쌓인 이산화탄소 배출보다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 더 큰 문제다.
사람은 외부에서 자기 몸무게의 60%가량의 힘을 배와 가슴에 가하면 1시간 안에 호흡부전이 온다는 외국 연구 결과도 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통상 1㎡에 3명, 야외 공연장같은 곳에선 최대 5명까지 수용하는 것으로 본다”며 “1㎡에 10명 이상 들어차면 압사사고가 나는 것으로 보는데, 사람 한 명이 눕는 면적이 1.2㎡가량이니 어제같은 경우 넘어진 한 명 위에 12명이 올라간 셈”이라고 설명했다. 성인 몸무게 평균을 65㎏으로 치면 한 사람 위에 780㎏ 무게가 올려진 셈이다.
김원영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장(응급의학과 교수)은 “폐가 우리 몸 안에 산소를 공급해주지 않으면 세포가 가진 산소로 견디게 되는데, 적어도 4분에서 아무리 늦어도 10분 이상 넘어가면 세포가 죽게 된다”며 “그럼 (신체 부위 중 피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뇌가 기능을 멈추게 되고 이어 심정지가 찾아온다”고 말했다. 심근경색 등 심장 자체의 문제로 생긴 심정지의 경우 소생률이 80% 안팎 되지만, 호흡기에 의한 심정지의 경우엔 생존율이 5% 안팎으로 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선 남성보다 근육량이 적고 힘이 약한 여성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참사 피해자의 3분의 2가량이 여성인 것으로 파악되는 까닭이다. 김 실장은 “가슴 압박 상황에선 공간을 만들기 위해 본능적으로 팔짱을 끼거나 팔을 움츠려 근력으로 버티게 되는데, 근력이 약한 여성의 경우엔 그렇게 견디는 힘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호흡부전 이외에도 여러 명이 위아래로 깔리는 경우엔 몸이 더 큰 압력을 받게 되고 장기 파열이나 다발성 골절이 생길 수도 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압사 사고 땐 다발성 출혈도 생길 수 있고 비장이나 간이 파열되면 심폐소생술을 해도 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다발성 골절이 생기게 되면 흘러나온 지방이 혈관을 타고 폐색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럴 땐 긴급히 에크모(환자의 몸 밖으로 혈액을 빼낸 뒤 산소를 공급해 다시 몸 속에 투입하는 의료장비)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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