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참사 당시 사고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했던 한 의료진이 “(환자) 숫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인원이 부족해 주변 시민들이 와서 심폐소생술을 도왔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참사 현장에서 구조에 참여한 의사 ㄱ씨는 30일 <와이티엔>(YTN) 라디오 ‘뉴스출발’ 인터뷰에서 “(29일 밤) 11시5분께 한 골목에서 갑자기 소방대원들이 여성 환자 두 분을 길바닥에 데리고 왔다. 무슨 일인지 가서 보니 그들을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며 “5분 정도 뒤 2명이 추가로 왔고, 환자가 점점 많아져서 의료진으로서 현장에 바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구조대원들이 바쁘게 뛰는데도 인원이 부족했고, 주변 시민들이 도왔다”며 “보통 환자 한 명당 2~3명이 돌아가면서 심폐소생술을 했고, 다른 분들은 (환자) 다리를 주무르거나 신발을 벗겨주고, 기도 확장을 해 주고 피도 닦아줬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한 명당 6명 정도는 둘러싸서 살핀 것 같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환자들 얼굴은 말하기 힘들 정도로 창백했다. 맥이 잡히지 않고 호흡이 없어서 바로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며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얼굴에 코피 같은 출혈이 있어 기도 확장을 한 다음 입 안에 있는 피를 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폐소생술을 하면서도 (환자) 복부가 점점 팽창하는 걸 느꼈다”며 “복부 팽창은 가스가 찬 건지 아니면 (내부) 출혈이 생긴 건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없어서 정확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제가 돌봤던 환자 5∼6명 정도가 모두 복부 팽창 증상을 보였고, 이미 사망한 이들도 복부 팽창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핼러윈을 이틀 앞둔 지난 29일 이태원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이날 아침 9시30분 기준 151명이 인파에 눌려 숨지고 82명이 다쳐 모두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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