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많은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아 거닐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신고를 금지해온 경찰의 조처가 정당했는지를 다투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집회 금지 방침도 법정에 갈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시민사회단체가 서울시의 광장 집회 금지 방침에 반발하며 허가받지 않은 집회를 여는 등 ‘시민불복종’ 투쟁에 나서고 서울시도 이에 대응하는 조처를 예고하면서다. 헌법상 집회의 자유에 근거한 ‘집회 신고제’(집시법)와 지방자치단체 재산에 대한 ‘사용 허가제’(공유재산법)가 충돌하는 모양새다. 부딪치는 두 가치를 두고 윤석열 정부 ‘집회 소송 2라운드’가 벌어질 전망이다.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광화문광장 허가 관련 법률자문’을 받은 자료를 보면, 시는 지난 8월 초 광장이 재개장할 무렵 법무법인(로펌) 세곳에 자문을 받았다. 서울시는 당시 △광화문광장 허가제가 헌법 및 집시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공유재산법의 사용허가제와 집시법의 신고제가 충돌할 때 어느 법리를 따라야 하는지 등에 관해 로펌에 자문을 구했다.
헌법과 집시법상 집회·시위는 허가 대상이 아닌 신고제다. 공유재산법엔 지자체장이 목적 및 용도가 장애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소유한 행정재산에 대한 ‘사용 허가’를 낼 수 있도록 규정한다. 서울시 조례는 광장의 조성 목적을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 및 문화활동 등’으로 정했다. 이 목적에 해당되지 않은 사용 신청이 들어오면, 허가를 내주지 않을 근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건전한 여가선용’ 등에 대한 기준이 주관성이 큰 영역이라, 허가권자가 자의적으로 집회 등에 대해 보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집회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라는 집시법 규정과 부딪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로펌 세곳 모두 단정적인 의견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이 가운데 두곳은 집회·시위 개최를 상대적으로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쪽에 손을 들어줬다. ㄱ법무법인은 “(광장 조례상 ‘사용허가 제한’ 규정에 해당하는) 청소·정비 기간 및 경관을 현저히 해치는 경우 등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ㄴ법무법인도 조례상 광장 조성 목적인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활동 등’에 장애되지 않는 집회 목적의 광장 사용을 허가함이 상당하다”며 소규모 집회 등은 사실상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ㄷ법무법인은 경찰과 시청이 각각 다른 법에 근거한 집회 신고와 사용허가 절차가 있으므로, “상호 모순되거나 충돌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광장 놀이마당에서 광화문광장 집회의 권리 쟁취 공동행동 관계자 등이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는 우리의 권리’라는 주제로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집회·시위를 전면 불허한 바 없고, 광장 목적대로 광장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2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오세훈 시장은 “건전한 여가와 문화 활동을 위해 광장을 만든 것인데 그 취지대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날(11일) 서울시는 13일에 사용 계획을 밝힌 ‘광화문광장에서 집회금지하는 오세훈 규탄집회’를 공유재산법과 조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사용 신청을 반려했다.
주최 쪽인 시민단체가 강행한 이 집회는 광장 일부 구역에서 약 30여명이 모인 가운데 평화롭게 진행됐다. ‘광화문광장 집회의 권리 쟁취 공동행동’에 속한 박한희 변호사는 “공유재산물을 사용한다고 해서 시장 재량으로 (집회를) 허가할 수 있다면, 사실상 헌법에서 집회 허가를 금지하는 의미가 다 사라진다. 도로와 공원도 공공재산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서울시 대응에 따라 향후 법적 대응을 검토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개별법간 조화를 강조하면서도 모호한 규정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인식 변호사는 “헌법상 기본권도 개별법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집회의 자유도 시민의 광장 이용권과 조화롭게 행사돼야 한다”면서도 “조례는 법률이 아니므로 공유재산법에서 조례에 구체적 위임이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거나 법에서 직접 제한의 근거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역사적으로 광장은 시민들의 휴식·여가공간이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의견을 표현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집회는 광장에서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집회가) ‘광장 본래의 사용 목적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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