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대한어머니회가 ‘디지털 약자’인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키오스크 교육을 진행했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묘역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어르신들이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주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리아미라클버거’, ‘핫크리스피버거’ 등 외국어 메뉴에 앱 가입을 권유하는 큐아르(QR) 코드까지, 난수표처럼 느껴지는 키오스크 화면 앞에서 선 80대 노인의 표정에 난감함이 어린다. 어찌할 줄을 모르고 한참 동안을 머뭇거리는 노인 곁에서 비슷한 나이 또래의 강사가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주저하던 어르신은 강사의 도움을 받아 메뉴 선택부터 결제까지 차근차근 진행했다. 마침내 주문을 마친 어르신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며 식당과 영화관 등에 빠르게 증가한 키오스크 주문 기기를 `디지털 약자'인 어르신들이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대한어머니회가 `찾아가는 키오스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 한 달여간 어르신 135명을 대상으로 시범교육이 진행됐고 10~11월 두 달간 총 12회, 500여 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교육이 열릴 계획이다. 17일 서울 동묘역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인근 재가노인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 25명이 키오스크 기기 사용 교육을 받았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묘역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한 어르신이 강사의 도움을 받아 메뉴를 고르고 있다. 김명진 기자
이날 교육에 참가한 신금자(85)씨는 “옆에서 도와줘서 간신히 주문할 수 있었다. 나이를 먹으니 금방 잊어버린다. 도움을 받아 몇 번 주문을 해봐야 익숙해질 것 같다”고 키오스크 주문에 대한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서울디지털재단이 발표한 ‘서울시민 디지털 역량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55세 이상 서울시민 중 ‘키오스크를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다’고 답한 비율이 54.2%에 달했고, 불편할 것 같다는 막연한 거부감도 40%를 넘었다. 또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키오스크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높아졌다. 한국부인회총본부가 지난 연말 발표한 `2021년 무인단말기 소비자 인식도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연령대별 키오스크 이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10대는 2%에 불과했지만 60대는 5.5%, 70대는 10.2%에 달했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묘역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어르신들이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주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이날 강사로 나선 대한어머니회 조현숙(75)씨는 “예전에는 나도 상점에 들르면 키오스크 기기를 보기만 하고 아이들이 주문을 대신 해주었다. 관련 교육을 받고 난 뒤 직접 주문을 해보니 재미있다. 이제는 자식들과 같이 가면 내가 주문을 한다”고 말하면서 “서울시나 다른 단체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교육이 자주 있었으면 한다. 나도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두 번 교육을 받고 혼자 할 수 있게 됐다. 휴대폰을 이용해 택시나 기차, 고속버스 예약같이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 교육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디지털 기기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류대창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은 “소비 취약계층이자 디지털 약자인 어르신들이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고 필요한 소비생활을 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며 “어르신들의 의견을 청취해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또 요청에 따라 교육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르신 키오스크 교육 관련 문의는 서울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02-2133-5401)에게 연락하면 된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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