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가 지난 7월12일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무인주문기(키오스크)에서 실제 주문을 해보는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공공·민간 시설에 설치된 무인 정보단말기(키오스크) 수가 급격히 늘었지만,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정보 접근성은 여전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해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공공시설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2019년 18만1364대에서 2021년 18만3459대로 2천여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민간시설 설치 키오스크는 8587대에서 2만6574대로 3배 넘게 늘었다. 특히 요식업 쪽은 2019년 5479대에 그쳤던 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주문 수요가 커지며 2021년에는 2만1335대로 증가했다.
2019~2021년 국내 키오스크 설치 및 운영 현황. 윤영찬 의원·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키오스크 설치 대수 증가 추이에 견줘 노인·어린이·장애인 등 디지털 정보기기 사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접근성은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국가 표준인
무인 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 의 35개 요구사항을 기준으로 전국 17개 광역 시·도 공공·민간시설에서 운용 중인 키오스크 1천대를 살펴본 결과, 금융·공공 분야를 제외한 대중교통·쇼핑·의료기관·문화 분야 키오스크의 취약계층 접근성 수준이 평균 50점(100점 만점)대에 그쳤다.
연도별 키오스크 정보 접근성 현황 조사 결과. 윤영찬 국회의원·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2016년 무인 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을 처음 만든 데 이어, 올해 2월 최신 기술 환경 변화와 해외 기술 표준 제·개정 움직임을 반영해 지침을 개정했다”며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키오스크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정량적 기준을 여럿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시각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글자가 읽기에 충분한 크기로 제공돼야 한다’고 모호하게 돼 있던 항목을 ‘모든 문자의 높이가 12㎜ 이상이어야 한다’라고 구체화했다.
지침에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영찬 의원은 “접근성 지침 개정으로 (접근성을) 평가하기는 쉬워졌을 지 몰라도 실제 이용자의 접근 편의가 높아지진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접근성 지침을 통과한 키오스크에 검증 마크를 부여하고, 공공기관들이 이를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우선구매제도’를 올해 안에 시행할 예정이다. 또 키오스크 전문업체와 손잡고 ‘장벽 없는(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개발했다. 윤 의원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가격이 아직까지는 2천여만원으로 높아 민간에 보급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맥도날드와 배스킨라빈스 등 프랜차이즈 외식 업체들은 지난 11일 과방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키오스크 접근성 개선을 약속했다. 정영학 한국맥도날드 상무는 “어르신과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시범 운영 중인 시각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를 국내에도 빠른 시일 안에 도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성일 비알코리아 기획실장은 “기술 발전에 발맞춰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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