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낮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가 예정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착수가 절차를 위반해 감사를 지시하고 다른 부처 공무원 조사에 나서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 6월17일 서해사건 감사에 착수했다. 해경이 2020년 9월 피격된 이대준씨의 사망 사건을 두고 ‘월북 시도가 있었다’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수사 결과를 뒤집은 바로 다음 날이다. 감사원은 지난 넉 달 동안 월북 추정 발표 과정과 초동대응의 적정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전·현직 국방부·해경·국가안보실 관계자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감사원은 해경 관계자 수십명과 전직 국가안보실 관계자, 국방부 등 장차관급 인사들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감사원이 감사 착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상태로 감사를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감사원 사무처 등이 절차를 무시한 채 감사관들에게 감사를 지시해, 실무자들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10일 “감사원이 정해진 절차를 거쳐 감사활동을 하는 게 직무 범위 내의 적법한 감사인데, 절차를 무시한 채 (감사관 등에게) 감사를 지시한 행위는 직권남용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감사 착수 자체에 위법성 논란이 제기된 상황이기 때문에, 피감기관 등에 각종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한 행위도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감사위원 의결을 생략한 행위가 법에 어긋난 게 명백하다면 위법한 권한을 이용해 다른 부처 관계자들을 조사에 나선 것이라 직권남용 혐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 과정에서 감사원이 피조사자들에게 답변을 요구하는 정도와 방식에 따라 강요 혐의 등이 추가 적용될 여지도 있다. 감사원은 앞서 고압적인 감사 태도와 진술 강요 등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서해 사건 감사와 관련해서도 감사원의 출석 조사를 받은 이들은 감사관의 ‘반복 질의’ 등 고압적인 감사 태도를 지적하는 경우가 많았다. 감사원의 또 다른 ‘표적 감사’ 대상인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도 지난 8월 감사원이 권익위 직원들을 불러 “위원장이 시켰다고만 불어라”는 등 짜 맞춘 답변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서해 사건에서도 강압적인 조사 방식을 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것처럼 답변을 강요한 경우 강요 혐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7일 서해사건의 위법한 감사 착수 의혹과 관련해 최재해 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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