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위법하게 진행되고 있고, 여기에 대통령실이 관여하고 있다는 논란이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로까지 번졌다. 대통령실과 감사원이 해명에 나서며 파장을 최소화하려 하지만 위헌·위법 논란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먼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서해 사건 감사 절차의 위법성을 지적한 <한겨레> 보도에 대한
해명 계획을 직보한 것은 그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이지만 업무는 대통령실에서 관여할 수 없도록 헌법과 법률에 돼 있다”면서도 “하나의 정부 구성이기 때문에 언론 기사에 나온 업무와 관련해 어떤 문의가 있지 않았나 싶다”며 ‘그럴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 업무에 밝은 한 인사는 “감사 절차 역시 감사 내용에 해당한다. 헌법에 근거를 두고 직무상 독립성이 보장된 감사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이 대통령실에 이를 보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헌법재판소·대법원이 심리하고 있는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에서 ‘그게 사실이냐’고 문의하고, 해당 기관에서 ‘그렇지 않다’며 심리 내용을 확인해 준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원이 독립기관임을 고려하면 비공식적인 접촉은 최대한 삼가야 한다. 두 사람 사이 소통 내용을 보면, 감사원 독립성에 상당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서면조사 통보를 두고 여야 대치가 고조되는 가운데 4일 낮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감사원은 서해 사건 감사가 최고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한겨레> 보도에 대해 “서해 사건은 ‘상시 공직감찰’ 사항이며,
공직감찰은 의결 없이 사무처에 위임된다”고 해명한다. 감사원법(12조)은 감사위원회의 의결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과 감사원장에게 위임할 수 있는 경미한 사안을 구별하고 있다. 주요 감사계획은 법에 따라 위임 자체가 불가능하며, 위임된 사안 역시 감사원규칙으로 규정된 것만 가능하다. 감사원법을 잘 아는 법조인은 “감사원법을 보면 ‘위임됐다’는 감사원 해명 자체가 무식한 소리”라고 했다. 감사원 해명이 맞다면 왜 감사위원들이 ‘사무처에 위임한 적 없다’며 위법성을 제기했느냐는 것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원법상 주요 감사계획은 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고, 법 취지상 위원회의 의결 뒤 발생한 주요 감사는 다시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는 게 맞다. 만약 다른 행정 기관이 이런 내부 방침을 만들었다면 감사원이 시정조치를 요구했을 사안이다. 감사원 해명은 절차 위반을 또 다른 불법으로 덮는 꼴”이라고 말했다. 장용근 홍익대 법대 교수는 “서해 사건 감사는 국방부 장관, 국정원장, 전직 대통령까지 감사하겠다는 내용이다. 지자체 공무원의 직권남용 행위를 감사하는 일반적 공직감찰이 아니다. 당연히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내부 훈령에 불과한 규정을 근거로 감사 내용을 중간발표하겠다는 것도 논란이다. 장용근 교수는 “의결을 거치지 않아 위법성 논란이 벌어졌는데, 법률의 위임을 받지 않은 내부 훈령을 근거로 중간발표에 나서는 것을 합법적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감사 착수의 위법성 의혹이 감사위원회의 내부에서 제기돼, 감사 결과가 최종 확정될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미확정 내용을 먼저 공표하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위법이라는 것이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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