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단체 ‘청춘희년네트워크’가 지난 2015년 4월 서울 홍익대 ‘희년 행진’ 행사를 열고 있다. 참여자들이 학자금 대출의 부당함을 알리면서 ‘빚으로부터 해방’을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청년 부채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신용정보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 3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가계대출 총액은 20대 61.8%, 30대 29.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증가율 22.9%보다 높은 수치다. 20~30대가 차지하는 빚의 비중도 커졌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1061조원인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중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32%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40대(30.3%), 50대(23.5%), 60대 이상(14.1%)이었다.
부채 증가가 무조건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데 대출이 급증하는 경우가 문제다. 부채 상환 능력은 자산과 소득에 비례하는데, 두 가지 모두에서 청년층은 취약하다.
한국 가계자산에서 비중이 가장 큰 것은 부동산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2022 주요국 가계금융자산 비교’ 자료를 보면 한국의 가계자산 중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은 64.4%를 차지한다. 미국(28.5%), 일본(37%) 등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하지만 청년층의 부동산 보유액은 다른 세대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세대 간 자산격차 분석’을 보면 26~37살의 1인당 평균 부동산 보유액은 9384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바로 윗세대인 38~47살(2억7008만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같은 조사에서 산업화세대(68살~82살)는 3억2618만원, 1차 베이비부머세대(58~67살)는 3억5499만원, 2차 베이비부머세대(48~66살)는 3억2866만원 규모의 1인당 평균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2020년 기준)를 봐도 29살 이하의 주택소유율은 10.5%, 30대는 40.2%로 50%를 넘은 윗세대와 차이를 보였다.
자산격차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주택은 필수재이기에 없으면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주택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전월세가 함께 올랐고, 무주택자 비율이 높은 청년층의 대출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진선미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올해 4월 기준)를 보면, 전체 전세자금 대출자 133만5000명 중 61.1%(81만6000명)가 20~30대 청년이다. 대출잔액도 비슷한 비중(57.7%)이었다. 이는 2019년 12월 56.5%, 55.4%에서 각각 4.6%포인트, 2.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통계청 자료를 봐도 지난해 20~30대 가구의 전체 담보대출 중 30.6%가 ‘전월세 보증금 마련’ 때문이었다. 40대(10.9%), 50대(6.5%), 60대 이상(5.4%)보다 월등히 높다.
자산만 취약한 것이 아니다. 청년층은 소득 역시 다른 세대보다 적다. 소득이 적으면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 통계청 조사(2020년 기준)를 보면 20대와 30대 임금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은 각각 229만원, 344만원이다. 30대의 경우 40대(393만원)보다 12.5%, 50대(371만원)보다 7.3%가량 소득이 낮은 수준이지만, 20대의 경우는 40대 소득의 58.3%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청년층의 고용이 불안정해졌다.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1’을 보면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직후인 2020년 3월 청년(15~34살) 고용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중장년층 고용 하락폭(0.8%포인트)을 웃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이전 2년여간 하락 추세를 보였던 중장년층의 고용률과 달리 청년층 고용률은 2018년 이후 점진적 개선 추세를 보였던 만큼 하락의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이후 첫 일자리의 질도 나빠졌다. 졸업 후 청년의 첫 일자리 중 1년 이하 계약직 비율은 2020년 41.9%에서 2021년 47.1%로 높아졌다. 특히 연구팀은 전문대 이상 학교를 졸업한 뒤 2~4년이 지난 경우에도 고용률율 감소, 구직단념자 증가 등이 이어져 청년층 고용 위기가 장기화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문대 이상 학교를 졸업한 뒤 2~4년이 지난 경우에도 고용률 감소, 구직단념자 증가 등이 이어져 청년층 고용 위기가 장기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산과 소득이 적은 상황에서 부채가 급증하다 보니 위기에 놓인 청년층의 비율도 높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2021년 3월 기준) 연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아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는 ‘임계 수준 초과 차주(채무자)’의 비율은 20~30대가 11.3%로 전 연령 평균(6.3%)보다 1.8배 이상 높았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생계비를 줄여야 하는 20~30대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최근 금리가 급격히 상승해 임계 수준을 초과한 청년 채무자들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 부채는 부동산 가격 상승, 불안정 노동과 맞물려 심각한 상황이다.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온 한영섭 ‘세상을 바꾸는 금융연구소’ 소장은 <한겨레>와 만나 “주거(부동산)나 교육(학자금) 등 필수재를 얻기 위한 대출이나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으로 받는 대출은 ‘사회적 부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이 겪고 있는 주거나 고용 문제에는 사회의 책임도 적지 않기에 청년 부채가 온전히 청년 세대들의 책임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청년 채무자들을 직접 상담해온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의 박수민 이사장 역시 “주거, 교육 등 공공서비스를 사회와 국가가 제대로 책임지지 않다 보니 청년들이 상당 부분 대출로 해결해왔다”며 “공적인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과정에서 청년 부채 문제가 심각해진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김지은 김가윤 정환봉 기자
quicksilv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