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등이 담긴 경찰 통제 최종안이 발표되자 경찰청과 국가경찰위원회의 입장이 엇갈렸다. 경찰청은 “아쉽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실상 수용한 반면, 경찰위원회는 “지휘규칙 제정부터 심의·의결 대상”이라며 날을 세웠다. 경찰청이 행안부 방침을 수용하며 입장을 선회한 가운데 향후 행안부와 경찰위원회의 갈등이 예고된 상황이다.
행안부는 15일 치안감을 국장으로 하는 16명 정원의 경찰국을 다음달 2일 신설하고, 소속 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앞서 지난달 21일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등을 뼈대로 내놓은 권고안을 구체화한 내용이다. 행안부와 경찰청은 지난 8일부터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다.
경찰청은 행안부 발표 직후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실행단계에서 국민과 경찰 동료들이 염려하는 부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선에서 삭발과 단식 등이 이어지며 반발이 거셌던 점을 고려한듯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경찰 제도의 본질적 이념과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지난달 자문위원회가 권고안을 내놨을 때와 주요 내용은 바뀐 점이 없지만 당시 “역사적 발전과정에 역행하고, 경찰법 정신을 담지 못했다”고 비판한 것과는 입장이 완전히 바뀐 셈이다. 이는 권고안 추진과 관련한 행안부와의 갈등으로 김창룡 전 경찰청장이 물러나고 경찰청 지휘부가 대부분 물갈이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경찰청이 행안부와 실무협의를 거치면서 경찰국 인원의 80%를 경찰관으로 채우기로 합의하는 등 얻어낼 것은 얻어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반면 민간위원 중심의 경찰 최고의결기구 기능을 해온 경찰위원회는 “경찰 제도개선의 핵심은 정부 권력이 아닌 시민 통제에 있음이 분명하다”며 경찰에 대한 행정 통제에 우려를 드러냈다. 특히 경찰위원회는 “지휘규칙 제정은 경찰 주요정책에 관한 사항으로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행안부 발표에 날을 세우기도 했다. 지휘규칙 제정부터 행안부 장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위원회는 지난달 자문위 권고안에 대해서도 “경찰행정을 과거와 같이 국가권력에 종속시켜 치안 사무 고유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비판한 바 있다.
이날 경찰 내부망에는 행안부 발표문이 뜨자마자 댓글을 달았다가 자진 삭제하는 방식으로 반발이 이어졌다. “14만 경찰관이 아우성을 쳐도 눈 하나 깜짝 안 한 결과물”, “최고 지휘관이 장관이 됐다”, “경찰을 위한 개선 방안이면 일선 경찰 의견도 반영해줬어야 한다” 등의 댓글도 달렸다. 서울의 한 일선서 경찰은 “경찰의 중립성 위해 외청으로 독립한 것인데, 경찰 주요정책의 최종 결정권자가 행안부 장관으로 넘어가 경찰의 중립성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경찰국장에 치안감을 배정하기로 한 점을 짚으며 “경찰 고위직들은 반발을 이어가는 것보다 경찰국에 누가 들어가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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