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찰직장협의회 협의회 회장단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연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강오 사무국장이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 제정을 뼈대로 하는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해 15일 발표했다. 말이 좋아 ‘개선’이지, 경찰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과 시민사회의 비판에도 행안부 장관의 직할 체제 부활을 끝내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권력의 ‘경찰 장악’ 역사를 딛고 1991년 경찰청이 출범한 이후 경찰의 독립과 중립을 강화해온 31년 시간을 되돌리려는 극히 퇴행적인 행태이자, 현행법을 위반한 월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국은 경찰 관련 중요 정책·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임용 제청과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 위원 임명 제청, 경찰위 안건 부의, 자치경찰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한다. 이상민 장관은 이날 “경찰국은 법에 구체적으로 정해진 권한만 행사하기 위한 조직이고, 경찰청을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통제·감찰하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장 등 구성원 다수를 경찰 출신으로 임명하겠다고도 했다. 인사 제도 개선 같은 ‘당근책’도 내놨다.
그런다고 ‘경찰 장악’이라는 본질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법령의 제·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나 경찰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 등에 대해 경찰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는 방침만 봐도 그렇다. 합의제 독립기구인 경찰위를 사실상 행안부 장관의 하위기구로 만드는 셈이다.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기구인 경찰위의 독립성과 경찰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많은 전문가의 조언과도 정반대다.
행안부가 확정한 방안은 현행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월권행위라는 게 학계 다수의 의견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3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의뢰한 자문의견서에 “정부조직법과 경찰법을 위반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치안사무가 ‘국가경찰위원회의 정책 결정과 경찰청의 집행’을 기본구조로 하고 있어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매개로 직접 치안사무를 다룰 수 없다는 거다. 이밖에도 행안부 안의 위법성은 한둘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권력기관 장악 시도”라고 비판했고, 정의당도 “비대해진 경찰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경찰국 신설이 아니라 국가경찰위원회가 맡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행안부 안을 다음달 2일 시행할 거라고 한다. 논란도 계속될 뿐 아니라 사법적 판단 절차도 비켜가기 어려울 것이다. 권력기관을 장악해도 민심을 장악할 수 없다는 건 변함없는 역사적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