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가 경찰 통제를 위한 이른바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면서 정부조직법을 무리하게 해석했다는 여론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조직법 개정의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28일 경찰과 학계는 전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브리핑에서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는 정부조직법을 근거로 “행안부 장관이 정부조직법상 치안 사무를 관장한다”고 주장한 것을 ‘아전인수’라고 비판했다.
1990년말 개정된 정부조직법 조문에는 “치안 및 해양경찰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게 하기 위하여’ 내무부 장관 소속하에 경찰청을 둔다”고 명시돼 있다. 치안 사무 관장의 주체를 경찰청으로 못 박은 것이다. 당시 정부조직법 개정 이유는 “민생치안역량 강화와 경찰행정의 중립성 보장을 위하여 치안본부를 경찰청으로 개편함”이었다. 1991년 이러한 내용을 반영해 경찰청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1998년 표현이 어색한 법조문을 재정비하기 위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면서 경찰청을 포함해 국세청·검찰청 등 외청 관련 조항의 ‘하게 하기 위하여’를 ‘하기 위하여’로 일괄적으로 바꿨다. 표현을 바로잡고자 한 개정 조문을 판사 출신 이 장관이 행안부의 경찰 통제 근거로 본 것이다. 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이 사무 관장의 주체가 누구인가는 바로 명백하게 나타난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조직법 개정과 경찰법 제정으로 경찰청이 ‘치안’을 단독 관장하게 되면서 행안부 소속으로 경찰위원회를 두고 주요 정책 등을 심의·의결해 민주적 통제를 하도록 한 것이다. (이 장관의) 브리핑에서 경찰법의 역사는 언급 안 하고 왜 조문만 강조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경찰 통제 방안을 법 개정을 하지 않고 추진하기 위해 법 조항을 무리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속청에 대하여는 중요정책수립에 관하여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는 정부조직법 해석도 논란이다. 행안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행정법 전문가인 박정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국가경찰위원장)는 “정부조직법엔 ‘장관의 소관사무로서 통할권이 있는 소속청일 경우’라는 단서가 있다”며 “행안부 장관이 치안 사무를 소관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해당 규정을 근거로 경찰청장을 지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행안부는 그동안 행안부 장관이 치안을 책임져왔다며, 지존파 살인사건(1994년)과 성수대교 붕괴(1994년),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시위 경찰 진압 사건(2001년)등 20여년 전 사건들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행안부(내무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발의되거나 장관이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과거 사례를 자의적으로 끌어와 해석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2003년 경찰법 개정으로 경찰청장의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한 뒤에는 수사나 인권침해 관련해 책임의 주체는 대체로 경찰청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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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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