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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통령이 ‘자유’ 부르짖어 무엇하나, 인권의 자유 없다면”

등록 2022-05-26 15:22수정 2022-05-27 02:47

미류 “정치의 실패…싸움은 계속된다”
46일째 차별금지법 단식 중단
“국민의힘은 여당 자격 없어…
민주당은 민주세력 자처 그만두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46일째 단식농성을 해온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농성&단식투쟁 마무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46일째 단식농성을 해온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농성&단식투쟁 마무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어쩔 수 없이 분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도 너무 잘 알겠다고 할까? 그런 마음이에요.”

단식농성으로 깡마른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책임집행위원(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에게 46일간 이어온 단식을 중단하는 심정을 물었다. 20초간 침묵하던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이게 끝이 아니라”고 했다. “단식투쟁은 중단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싸움은 중단되지 않습니다.”

26일 차제연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농성장에서 단식농성 마무리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은 평등한 사회에서 더 잘 살아가기 위해 택한 투쟁방법이었기에 우리 동료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이를 이어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은 미류 활동가는 시민들의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에도 좀처럼 논의를 진척시키지 않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을 향해 “우리가 목도한 것은 이 땅 정치의 참담한 실패”라고 했다.

그는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조차 거부하는 국민의힘은 여당의 자격이 없다. 대통령이 ‘자유’를 부르짖으면 뭐합니까. 인권을 모르는 자유는 권력의 자유일 뿐이다”고 했다. 이어 “시민들이 이토록 간절히 요구하는데 법안 심사를 시작조차 못 하는 더불어민주당도 민주세력을 자처하기를 그만두라”고 했다. 단식농성 45일째인 전날(25일)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지만 국민의힘은 합의되지 않은 공청회라며 참여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167석의 의석을 가지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호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이 자리에서 확인하는 건 운동의 실패가 아니라 정치의 실패, 그리고 국회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실패”라고, 지오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에 ‘과반의석을 갖고 논의 테이블에 올리기라도 하라’며 신속처리안건 지정 요구를 했지만, 박홍근 원내대표와 박광온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끝내 답변이 없었다”고 말했다.

미류 활동가는 단식농성 중단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단식투쟁은 중단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싸움은 중단되지 않습니다. 차별에 맞서는 것은 자신의 존엄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멈출 수 없는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이 싸움은 법 제정을 넘어 평등으로 우리 사회와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싸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봄, 시민들이 곡진하게 내어준 기회를 놓친 거대양당은 그 심판의 결과가 어떨지 곧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곧 다시 만나 새로운 싸움을 이어가게 될 겁니다. 평등의 봄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법무부가 처음으로 법을 발의했지만, 개신교계 등의 반대로 15년 동안 국회에서는 법안 발의와 폐기가 반복됐다. 지난해 6월에는 10만명 이상이 함께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법사위로 회부됐지만, 법사위는 지난해 11월 심사기한을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29일까지로 연장했다.

미류 활동가는 이날 저녁 7시께 국회 앞에서 열리는 문화제에 참석한 뒤 병원으로 향할 예정이다. 차제연은 내일 오전 국회 앞에 설치한 농성장을 철거하고, 활동가들의 회복 등 재정비를 거쳐 오는 하반기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운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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