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부장검사 대표회의’를 마친 참석자들이 21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에 조직적 차원에서 강하게 반발해온 검찰 내에서 미묘한 기류변화가 감지된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물론, 평검사들에 이어 부장검사들도 검찰 수사에 대한 내외부 통제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안제시 없는 반대만으로는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부장검사 대표 69명은 20일 오후 7시부터 21일 새벽 4시까지 밤샘 회의 뒤, 수사 공정성·중립성 확보를 위해 내부 점검은 물론 국민의 감시를 받는 방안을 검토해 대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제 열린 평검사회의에서 제안한 내외부 통제장치에 적극 공감한다. 부장검사들도 수사 개시와 종결에 이르기까지 내부 점검과 국민의 감시를 철저히 받는 방안 등에 대해 검토해 대검에 건의할 계획이다. 검사장 회의에서 제시한 국회 특위가 구성되면 국민에게 더 좋은 형사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들 부장검사는 또 “그간 검찰이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온전히 얻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 깊이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19∼20일 열린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에서 검찰 수사 공정성·중립성 확보를 위한 내외부 통제장치가 논의됐다. 평검사들은 △국민들이 중대범죄 수사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외부적 통제장치 마련 △내부적 견제장치 ‘평검사 대표회의’ 정례개최 등을 약속한 바 있다.
김오수 총장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의 공정성 담보 방안에 대해 “국회에 (안을) 제출해야 할 것 같은데 (미리 언론에 말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기다려달라”고 했다. 국회 제출 일정을 묻는 말에는 “국회 상황이 워낙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국회 상황을 봐가면서 적절한 행보를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20일에도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의 대안으로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한 특별법’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부장검사들은 이날 김오수 총장과 전국 검사장 등 고위 간부들을 향해 사퇴를 포함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총장님과 고위 간부님들께 건의 드린다.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은 ‘범죄방치법’이다. 박탈되는 것은 검찰의 수사권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이고, 오롯이 국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질 것이다. 형사사법 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하여 다시 한 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법안 입법 과정에서 민주당이 보인 ‘속도전’도 지적하고 나섰다. 부장검사들은 “입법절차에서 172석의 다수당이 법안 발의 후 2~3주 만에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형사절차에 관한 기본법을 사실상 전면 개정하면서도 청문회와 공청회 등 숙의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있다”며 “다수의 일방적인 입법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마련된 국회의 안건조정제도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형해화하고 있는 점도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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