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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의 긴 하루…“현명한 결정 기대”→“대단히 유감”으로 끝나다

등록 2022-04-12 19:14수정 2022-04-13 02:44

대검 전경.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검 전경.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안으로 검찰 수사-기소 완전 분리 법안을 처리하기로 만장일치 당론을 모은 12일, 검찰은 민주당 당론이 나올 때까지 하루종일 촉각을 곤두세우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찾아가 우려를 전달했고, 대검찰청은 수사권 조정 시행 이후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국민 불편’ 통계 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며 단순한 검찰권 지키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뒤늦게 재개한 서울동부지검 역시 검사장이 직접 정치보복 수사가 아니라는 해명 브리핑에 나서는 등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저녁 6시 넘어 검찰 수사권 폐지 입법 당론이 채택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검사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않았다. 일부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검은 당론 채택 직후 “현명한 결정을 기대했는데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19글자 짧은 입장을 냈다. 이날 오전 김 총장 주재로 열린 대검 정기회의에서는 민주당 의총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낼 것인지 등을 두고 검토를 거듭했다고 한다. 집단행동으로 비쳐 부담이 따른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저녁 만장일치 수사권 폐지 입법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추가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결정이 난 것이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앞으로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국무회의 등 절차가 남았으니 총장이 국회에 나가 설득하고, 대검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날 검찰총장직을 걸겠다며 사퇴 배수진을 친 김오수 총장은 대검 입장이 나온 직후 거취에 대한 언급 없이 저녁 7시께 곧바로 퇴근했다. 앞서 김 총장은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을 향해 “국민을 위해, 미래를 위해 현명한 결정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간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범계 장관을 찾아가 민주당 방안에 대한 검찰 내부 반대 의견과 우려를 전달했다. 회동은 김 총장 요청으로 이뤄졌다. 박 장관은 회동 뒤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물었다는 제 마음을 (총장께) 전달해드렸다”고 했다. 김 총장은 수사권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는 최강욱 민주당 의원에게도 최근 전화를 걸어 입법 재고를 요청했다고 한다. 김 총장은 법무부 차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최 의원과 안면이 있는 사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총장과 주요 간부들이 일괄 사직하는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현 상황에서 검찰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없다. 국민과 국회를 상대로 법안의 폐해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방법뿐이지만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김 총장과 검사장들이 직을 던짐으로써 반발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의총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이날 오후 서울동부지검은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심우정 지검장이 직접 긴급브리핑을 열었다. 고발장 접수 3년 만에 강제수사에 나선 것을 두고 ‘정치보복 수사’ ‘새정부 코드 맞추기 수사’라는 지적이 일고, 민주당이 이를 수사권 폐지 근거로 들자 적극 반박에 나선 것이다. 수사 재개 이유와 배경 설명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기존 입장에서 180도 선회한 것이다. 동부지검은 “지난 1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어 관련 법리가 정리됐다. 3년간 해외파견 중이던 산업부 핵심 피고발인이 2월 귀국했다. 수사팀은 대선 이전부터 압수수색을 준비했다. 다만 수사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선 뒤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지 대선 결과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브리핑이 끝나고 불과 15분 뒤 민주당은 수사권 폐지 입법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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