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아침 8시30분께 서울 삼선동제4투표소가 마련된 삼선초등학교 체육관에 투표하러 온 시민 20여명이 투표소 밖 인도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박지영 기자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9일 오전 서울 곳곳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각자의 소망을 담아 도장을 꾹 눌렀다. <한겨레>는 이날 오전 영등포구 영등포동, 성북구 삼선동, 종로구 혜화동·이화동, 동작구 노량진제2동, 마포구 서교동, 강남구 일원1동·일원3동·개포1동 등 서울시 내 투표소 9곳을 돌아봤다.
이날 아침 투표소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다. 거주지 근처에서 투표하는 만큼 슬리퍼를 신고 패딩 차림으로 온 시민들도 많이 보였다. 1인 가구가 많은 영등포구에서는 홀로 투표장을 찾은 뒤 도장 찍은 손등을 촬영하는 청년층이 주로 보였고, 성북구 주택가 인근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이 많았다. 투표 날에도 출근해야 해서 발걸음을 서두르는 직장인도 보였다. 한 20대는 “전날 술을 너무 마셔 숙취가 심하지만 우선은 투표하러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대와 성별, 관심사에 따라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천차만별이었다. 강남구 일원1동에 거주하는 곽희운(35)씨는 “경제 성장과 청년 일자리, 부동산 문제 위주로 후보를 살펴봤다”며 “공약을 지킬만한 책임감이 있는 사람인지도 따져봤다”고 했다. 개포1동 구룡마을에서 30년 살았다는 조아무개(69)씨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았다. 그래야 부패가 안 생긴다”라고 말했다. 종로구 혜화동에서 투표한 김아무개(34)씨는 “주변 사람들이 집값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 게 느껴졌고 그런 의견들이 후보 선택에 반영됐다”며 “여성 안전, 반려동물과 관련한 정책도 살펴봤다”고 했다.
‘투표하는 당신이 아름다워요.’ 9일 아침 동작구청에 위치한 노량진4동 제4투표소에 팻말이 붙어있다. 고병찬 기자
많은 유권자는 갈등과 대결을 조장하는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표했다. 영등포구 영등포동에서 만난 강아무개씨(30)는 “젠더갈등을 정치에 이용하는 등 혐오정치를 펼치는 것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며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갈등에 불을 지펴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은 이제 사라져야 할 때다. 이번 대선은 누구보다 여성의 표가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한 표를 행사한 김건호(35)씨도 “세대 간 갈등을 비롯해 사회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데 당선인은 갈등을 완화해주는 정치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투표 전날까지 찍을 후보를 결정하지 못해 고민이 많았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성북구 삼선동에서 투표한 권혜원(32)씨는 “정당을 보고 뽑자니 인물이 별로고, 인물 보고 뽑자니 정당이 별로여서 고민이 많았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말에 동의한다”며 “이번 선거는 네거티브도 심하고 가정사나 전과 등이 더 부각돼서 피로감이 많았다”고 말했다.
확진자 사전투표 도중 불거진 부실관리 논란에 대해서는 불안감과 분노를 보이는 유권자도 보였다. 정홍일(78)씨는 “잘못해도 한참 잘못했다. 국민에게 사과하기 이전에 자진해서 잘못을 뉘우치고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며 “그런 미숙한 점이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냐”라고 말했다. 김아무개(61)씨는 “확진자 투표 논란을 보고 종이를 12번이나 접어서 넣었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708만1521명이 투표를 마쳐 16.0%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7년 19대 대선의 같은 시간대 투표율 19.4%보다 3.4%포인트 낮은 수치로, 지난 4∼5일 사전투표로 일부 표가 분산된 영향으로 보인다.
9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주민지원실 가건물에 차려진 개포1동 제3투표소. 사진 장예지 기자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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