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대 대통령 선거
팬데믹의 꼭대기에서 비호감과 냉소를 넘어 우리는 투표합니다. 그래도 봄은 온다지만 민주주의의 꽃은 저절로 피지 않기에.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전국 1만4464곳의 투표소에서 치러진다. 이번 대선의 선거인 수는 4419만7692명이다. 2020년 총선보다 20만3445명, 2017년 19대 대선보다 171만7982명 늘었다. 앞서 지난 4~5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이미 1632만3602명(36.93%)이 참여해, 사전투표가 전국 단위 선거에 처음 적용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8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호소했다. 이번 대선은 후보들의 각종 의혹과 추문, 혐오 선동이 선거 기간을 압도하며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을 얻었다. 거대 양당 후보가 각각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에서 시작된 이번 대선은 막판까지 서로에 대한 원색적인 비방전으로 치달았다. 양당 후보의 배우자들이 모두 대국민 사과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초박빙 판세’에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세대·성별 갈라치기를 서슴지 않는 퇴행적인 모습도 있었다. 그럼에도 역대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은 ‘좋은 정치’를 향한 국민들의 목마름을 반영한다. 비록 이번 선거에서 정책 담론은 뒤로 밀렸지만, 한국 사회는 이미 분열과 공방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차기 대통령 앞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더욱 심화한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진영 간 증오와 대립,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불확성실이 커진 국제정세에 대응하는 신중한 외교안보 전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올해 9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과의 대화 재개 등 한반도 평화 정착 역시 새로운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전 지구적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 역시 시급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8월 온실가스를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계속 배출한다면 20년 안에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기후위기로 인해 대형 산불은 더욱 빈번해지고, 수온이 오르면서 한반도 바다 생태계도 급변하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시민들이 있다. <한겨레>가 지난 1월3일부터 2월21일까지 보도한 ‘나의 선거, 나의 공약’ 취재 과정에서 만난 138명의 시민들은 각자가 처한 어려움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기대를 잃지 않고 있었다. 이들은 기후위기와 주거, 플랫폼 산업, 성평등, 돌봄복지, 지역균형 의제를 두고 대선 후보들에게 저마다의 정책을 요구하기 위해 기꺼이 손팻말을 들었고, 한목소리로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면한 삶의 문제를 푸는 길은 결국 정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유권자들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혐오와 냉소를 이겨낸 유권자의 한 표가 위기 속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9일 새벽, 유권자의 시간이 열린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여기를 클릭하면 한겨레 2022 대선 정책 가이드 ‘나의 선거, 나의 공약: 시민 138명이 바란다' 웹페이지와 이북(e-book)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겨레가 이(e)북으로 펴낸 ‘나의 선거, 나의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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