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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무원증 돌려찍기’ 정황…송파구, 초과근무 대리인증 감사 안 해

등록 2022-02-09 04:59수정 2022-02-09 12:12

서울시 25개구 출장여비·초과근무 실태 보도, 그후
장지·마천1·2동 기록 살펴보니

휴일도 근무 겹쳐…작년 5월 출·퇴근 1~2분차

지난해 상반기 평균 초과근무 시간이 53.8시간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았던 송파구의 일부 직원들이 초과근무를 ‘대리인증’한 정황이 담긴 자료를 <한겨레>가 입수했다. 송파구는 대리 초과근무 인증과 이에 따른 수당 부정수령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에 관한 감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한겨레>가 송파구청장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낸 끝에 받은 지난해 5월 장지동·마천1동·마천2동 직원들의 출근·퇴근 시간 기록을 8일 종합해 보면, 동 주민센터 직원 다수가 휴일·평일을 가리지 않고 여러 날에 걸쳐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3개 동의 지난해 5월 초과근무 시간은 77~79시간으로 송파구청 전체 부서 평균 60.5시간보다 많았고, 코로나19 방역으로 격무에 시달리는 다른 자치구 보건소보다도 훨씬 길었다.

가령 장지동 주민센터 4명은 휴일인 9일(일) 오전 11시21분 출근해 오후 3시22분 동시에 퇴근했고, 16일(일)에도 오전 9시12분~오후 2시45·46분 거의 동시에 출퇴근하는 식이었다. 출퇴근 시간이 1~2분 단위로 일치하는 날은 5월 한달 동안 9일이었다. 이들 가운데 3명씩만 일치하는 날로 범위를 확대하면 15일로 늘어난다. 마천2동 직원 4명은 5월15일부터 31일까지 7일 동안 평일·휴일을 가리지 않고 출퇴근 시간이 일치했다. 3개 동 모두 하루 출근과 퇴근 시간이 같은 시각으로 일치하지 않더라도, 예닐곱명씩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같은 날이 수두룩했다.

1명이 대리인증 정황…초근 100시간 이상 수두룩

같은 업무를 한다면 출퇴근 시간이 비슷할 수 있지만, 휴일 출퇴근 시간과 평일 9시 이전 조출 시간이 분 단위까지 여러 날에 걸쳐 일치하기는 쉽지 않다. 이들이 같은 업무를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직원들이 밝힌 ‘초과근무 사유’를 확인해야 하지만, 송파구는 ‘사생활 침해 우려’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기록을 확인한 서울의 한 지방공무원은 “직원 한명이 여러 사람의 카드를 돌려 찍은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이런 사례는 이미 수년 전 사라졌는데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파구 관계자 역시 “카드(공무원증)를 통한 대리인증 때문일 개연성이 높다”고 시인했다. 대다수 공공기관은 카드를 이용한 대리인증을 방지하기 위해 지문으로 인증하지만, 송파구는 지난해 9월 <한겨레> 보도 이전까지 서울 25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카드 인증을 허용했다.

송파구 3개 동의 초과근무 시간은 비정상적으로 길었다. 5월 한달간 수당이 지급되는 초과근무 시간이 100시간이 넘는 직원은 장지동 전체 직원 23명 가운데 8명이었다. 직원이 20명씩인 마천2동은 11명, 마천1동은 10명이었다. 3개 동을 통틀어 실제 초과근무 시간이 가장 긴 직원은 무려 150시간(수당 지급 시간은 123시간)이었고, 147시간, 143시간인 직원도 있었다. 이 3명은 5월 한달 휴일(12일)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출근했으며, 31일 가운데 27~29일 동안 휴일근무 또는 시간외근무를 했다. 당시 77~79시간이었던 3개 동의 월 초과근무 시간은 지난해 10월에는 34~46시간으로 줄었다.

공무원증 인증 막자 3개동 77~79시간→34~46시간

사정이 이러한데도, 송파구는 대리인증 여부를 포함해 실제로 초과근무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감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송파구 감사담당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장 확인이 아닌 경우 입증이 어렵고, 직원들이 실제로 초과근무를 했다고 주장했을 때 아니라고 반증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감사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다수 자치구는 사무실 보안시스템 ‘경비’가 설정된 뒤 일정 시간 이후 ‘퇴근’을 인증한 이들을 대상으로 실제 근무 여부를 확인하거나, 주차장 출입 기록과 초과근무 기록을 대조해 부정수급을 적발했다. 송파구는 감사 기간이었던 지난해 11월2일과 3일 같은 시간(저녁 8시40분)에 초과근무를 신청한 이들이 자리에 앉아 있는지를 점검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형식적인 점검을 바탕으로 “고의성을 가지고 시간외수당 및 출장여비를 수령했다고 간주할 만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감사결과 보고서에 적었다.

송파구 “입증 어려웠다…개선방안 시행중”

지난해 상반기 평균 초과근무 시간 53.8시간, 출장여비 25만6천여원으로 25개 구에서 압도적인 1위였던 송파구는 지난해 10월 초과근무 시간은 44.1시간(9.7시간 감소), 출장여비는 17만3천여원(8만2천여원 감소)으로 대폭 줄었다. 25개 자치구 평균 초과근무 시간이 1.4시간, 출장여비는 3만8천여원 줄어든 것보다 감소 폭이 크다. 송파구 관계자는 “카드인증을 없애고, 초과근무 때 중간인증을 의무화하는 등 개선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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