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3일 <한겨레>가 서울 25개 자치구의 ‘수상한’ 출장여비·초과근무수당 지급 실태를 보도한 지 한달 만에 해당 지급액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보도 다음날 김부겸 국무총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감사를 요청하고, 자치구들이 감사를 벌이는 등 수당 지급 절차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겨레>는 당시 보도 이후 정보공개를 청구해 25개 자치구의 지난해 10월 출장여비·초과근무수당 지급 실적 자료를 입수했다. 공무원들이 한달에 30번씩 출장을 가거나, 일부 동 주민센터 직원 평균 초과근무시간이 코로나19로 격무에 시달리는 보건소 직원보다 월 20~30시간 이상 길게 나타나는 등 비상식적인 관행이 자체감사로 개선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8일 25개 자치구 전수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지난해 10월 공무원 1인 평균 출장여비는 10만6407원으로 상반기 1인 평균 출장여비 14만5394원보다 3만8987원(26.8%) 줄었다. 공무원들은 관내 출장을 갈 때 소요시간이 4시간 미만이면 1만원, 4시간 이상이면 2만원을 받고 있어, 공무원 1명당 반일 기준 한달에 네번 가까이 출장을 덜 간 셈이다. 25곳 모두 일제히 출장여비 지급액이 줄어들었으며, 일부 자치구는 절반 넘게 감소했다. 25개구 지급 총액으로 따지면 지난해 상반기 월평균 53억3145만원에서 10월 39억6777만원으로 한달간 13억6천여만원(25.6%)이 감소했다. 올해도 이런 감소세가 유지된다면 서울 자치구 출장여비 예산을 연 150억원 넘게 아낄 수 있다. 한 자치구 감사담당관 관계자는 “감사가 진행된 이후에도 감독 강화와 제도 개선으로 부당 수급이 꾸준히 줄고 있어서, 지금 확인해보면 더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1인당 평균 출장여비 상위권을 기록했던 자치구들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25만6천여원으로 가장 많았던 송파구는 8만2천여원(32.1%)이, 21만여원이었던 용산구는 11만9천여원(56.7%)이 줄었다. 4위 광진구 역시 10만3천여원(54.9%)이 줄어 10월 기준 순위가 25곳 중 20위로 뚝 떨어졌다. 이 밖에도 앞서 <한겨레>가 출장여비 부정수급 의혹을 보도했던 노원구가 7만8천여원(44.8%), 종로구가 6만3천여원(40.3%)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기준 출장여비 지급 상위 5개 자치구는 송파(17만3천여원), 동대문(14만9천여원), 양천(14만7천여원), 중랑(14만5천여원), 성동(14만5천여원)구로, 지난해 상반기 상위 5곳(송파·용산·성동·광진·중구)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초과근무시간도 같은 기간 월평균 34.7시간에서 33.3시간으로 1.4시간 줄었다. 25개구 가운데 관악(-10시간)·송파(-9.7시간)·용산(-7.1시간) 등 16곳이 감소했다. 서울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상반기 평균 169명에서 10월 606명으로 크게 늘어 공무원들의 방역 관련 업무가 증가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3분의 2 자치구에서 초과근무시간은 되레 감소한 셈이다. 중구(3.4시간)·동대문(2.9시간)·도봉(2.6시간) 등 7곳은 늘거나 그대로였다.
작년 9월 보도 뒤 5481명·2억원 ‘부당 수급’ 적발
출장여비와 초과근무시간의 급격한 감소는 김 총리가 모든 지자체에 수당 지급 실태에 대한 감사를 요청한 직후 이뤄졌다. 감사가 진행되면서 출장여비·초과근무수당 지급절차 통제를 강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서울 25개 자치구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자체감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총 5481명, 1억9800만여원의 출장여비·초과근무수당 부정·과오수급이 적발됐다. 일부 자치구에서 부정수급액을 2배 가산징수해 환수한 금액까지 합하면 2억3300만원이었다.
부정·과오수급 적발액은 초과근무수당(5819만여원)보다 출장여비(1억3090만여원)가 더 많았다. 지급 액수로 따지면 출장여비보다 초과근무수당이 훨씬 많지만, 출장여비 부정수급 적발이 쉬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출장여비 적발액은 강남(1434만여원)·종로(1004만여원)·강북(996만여원)·송파(958만여원) 차례였다. 초과근무수당 적발액은 동대문(1091만여원)·노원(741만여원)·강서(708만여원)·관악(679만여원)·송파(631만여원) 순이었다. 적발 인원은 지난해 상반기 초과근무시간·출장여비 지급 순위에서 1위였던 송파구가 각각 303명, 4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적발된 인원이나 액수가 많다고 해서 부정·과오수급이 많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자치구마다 감사 대상 기간과 범위는 물론 감사에 사용한 기법도 달랐으며, 적발된 인원에 대한 신분상·재정상 조치도 모두 달랐다. 한 자치구 감사담당관은 “구청장의 의지에 따라 감사의 강도가 다를 수 있고, 예전부터 철저한 관리를 해왔던 곳들은 이번에 적발 규모가 작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다수 자치구들이 지난해 1~9월을 감사 대상 기간으로 삼았지만, 중·구로구는 2개월, 강남·서초구 등 9곳은 3개월만 감사했다. 전 부서·직원을 대상으로 감사한 곳이 있는가 하면, 일부 자치구는 일부 부서·직원을 표본 감사했다. 감사 기법에도 차이가 있었다. 어떤 자치구는 출장내역과 문서 결재 이력을 교차검증하거나, 사무실 보안시스템을 확인해 부정수급자를 적발했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도 있었다.
그 결과 감사 이후 초과근무수당·출장여비 지급 실적이 대폭 하락해 기존에 부정수급 액수가 더 많았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실제 감사에서 적발된 액수는 적은 역설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겨레>가 지난해 10월 초과근무수당·출장여비 지급액을 새로 정보공개 청구해 지난해 상반기 월평균과 비교해보니, 출장여비 지급 총액이 많이 줄어든 자치구는 송파(1억4700여만원), 광진(1억3900여만원), 용산(1억3700여만원) 순이었다. 하지만 이 자치구들이 감사 결과 적발해낸 출장여비 부정·과오 수급액은 각각 958만원(9개월치), 502만원(4개월치), 490만여원(9개월치)에 그친다. 이에 반해, 출장여비 지급액이 평균 수준이거나 이에 못 미치는 강남(1434만원), 종로(1004만원), 강북(996만원)구가 오히려 적발 액수가 많았다. 초과근무수당도 상반기보다 10월에 초과근무시간이 2.9시간 늘어난 동대문구가 1091만여원(3개월치)의 부정·과오수급을 확인해 가장 많았다. 9.7시간 줄어든 송파구는 631만여원(9개월치)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이번 감사를 통해 적발된 5481명 가운데 징계가 요구된 공무원은 단 4명(서대문 3, 영등포 1)에 불과했다. 대다수 자치구들은 “현장에서 적발하지 않는 한 고의성 입증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휴가인데 초과근무를 했다고 하거나, 출장 중 사무실에서 전자결재한 사람들 역시 ‘부정수급’으로 의심할 수 있지만 대다수 자치구는 ‘과오지급’으로 결론냈다.
이 때문에 부정·과오수급자의 극히 일부만 주의(254명), 훈계(36명)에 그쳤다. 주의·훈계는 공식적인 징계가 아니라 자치구 자체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벌칙에 해당한다. 가산징수에도 자치구마다 차이가 있었다. ‘지방공무원보수업무 등 처리지침’과 ‘공무원여비업무 처리기준’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수당·여비를 지급받는 경우 2배(지난해 12월부터는 5배) 가산징수를 규정한다. 그러나 25개구 중 9곳만 일부라도 규정에 따랐다.
한 자치구 감사담당관은 “원래 잘했고, 더 잘하려고 강도 높은 감사를 한 곳이 부정수급이 많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지방공무원의 인사·복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감사 결과를 보면, 기존 초과근무수당·출장여비 지급 및 점검 시스템 자체에 문제점이 많았다. ‘지방공무원보수업무 등 처리지침’은 ‘초과근무수당 관리강화 대책’ 항목을 별도로 두고, 전년도 7월1일부터 현 연도 6월30일까지 초과근무수당 관련 사항을 자체 점검한 결과를 행안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 25개구가 행안부에 보고한 지난해 상반기 점검 내용을 보면, 4곳(18건)만 초과근무수당 부정·과오수급이 있다고 밝혔지만, 점검기간이 이번 감사기간과 겹치는 11곳에서 678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규정에 따른 ‘평시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상당수 자치구는 “이번 감사 이후 공무원들의 인식과 초과근무·출장 관련 제도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초과근무를 올려놓고 다른 용무를 보다가 청사로 돌아와 퇴근 인증을 하는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중간인증’ 제도를 두기로 한 곳도 있고, 출장보고서에 현장사진이나 상세내용을 담아 출장여비를 신청하도록 바꾼 곳도 있다.
지자체의 감사 결과를 통보받은 행안부도 오는 7월 ‘차세대 표준지방인사정보시스템’을 도입해 인사·복무시스템을 통합하는 방안 등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수당 과오지급을 줄일 수 있도록 지방공무원 인사·복무 시스템을 정비하고, 초과근무 부정수급 징계기준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초과근무 때 지문·카드 대신 휴대전화로 사무실 내 피시(PC) 화면 큐아르(QR)코드를 인증하는 방식, 초과근무나 출장 관련 경미한 위반을 해도 2회 이상 적발 땐 징계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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