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2일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아무개(45)씨가 매입한 681억원 상당의 금괴를 모두 찾았다. 경찰은 횡령과 관련된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오스템임플란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은 이씨가 횡령한 돈으로 산 금괴 100개를 이씨 여동생이 소유한 건물의 공실에서 확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이씨가 회삿돈을 빼낸 뒤 한국금거래소에서 매입한 1㎏짜리 금괴 851개 중 751개를 이씨 은신처와 이씨 아버지 주거지에서 찾은 바 있다. 이씨는 금괴의 절반을 회사 윗선에 전달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날 오전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심경의 변화로 나머지 금괴의 소재를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이씨는 지난해 횡령금 1880억원으로 42개 종목에 투자했다가 761억원의 손해를 보자 나머지 횡령금으로 금괴와 부동산을 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씨가 자신의 계좌 혹은 가족의 계좌를 통해 사들인 리조트 회원권과 75억원 상당의 부동산에 대해 기소 전 몰수 및 추징 보전을 신청할 계획이다. 앞서 증권계좌 예수금 252억원을 동결하고, 주거지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금 4억3000만원도 확보했다. 경찰은 이씨와 이씨 부인, 처제와 여동생, 동생 등 5명을 입건했는데 이 가운데 부인과 처제를 횡령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일 자신의 건물 공실에 숨어있다 체포된 이씨는 이와 관련해 “지금 도망가면 영영 가족을 못 볼 것 같아 (건물에)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서울 강서구 마곡동 오스템임플란트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재무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이씨와 함께 재무팀에서 근무한 임직원 5명은 경찰 조사를 받은 상태다. 일부 직원은 이씨의 지시로 ‘피디에프(pdf) 문서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씨 쪽은 이날 아버지 장례를 위해 구속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심의 결과 불허됐다. 경찰 관계자는 “중형이 예상되며 피의자가 도주 중에 검거된 점 등을 고려해 안타깝지만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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