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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장] 노태우·전두환…현대사의 그림자 사라지는 연희동

등록 2021-11-23 17:07수정 2021-11-24 02:33

측근, 5공 인사들 속속 방문
전두환씨의 주검이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빈소인 세브란스 병원으로 가기 위해 운구차로 옮겨졌다. 아들인 전재용(맨오른쪽)씨가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전두환씨의 주검이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빈소인 세브란스 병원으로 가기 위해 운구차로 옮겨졌다. 아들인 전재용(맨오른쪽)씨가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노태우씨는 그 아들이라도 (5·18에 대한) 사과를 했었는데, (전씨는) 지금까지 사과를 안 한게 좀 그래요. 가시는 데 그런 것 좀 정리하고 가셨으면…. 어제 오늘 바람이 매서웠는데 이 사람(전씨)은 가야 하는데, 저 세상에 들어가려니 광주의 영혼들이 받아들이지 않아서 그런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60대 중반 박아무개씨는 23일 전두환씨 자택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연희동은 노태우·전두환씨 대통령을 지낸 두 사람이 살았던 곳이다. 연희동 골목은 5·18 단체들의 집회와 1995년 12월 자신의 수사에 대해 반발한 전씨의 ‘골목성명’ 등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이날 아침 8시45분 전씨가 사망하며 연희동에 깃든 현대사의 그림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날 오후 전씨의 빈소가 마련되기 전까지 연희동 자택 앞에는 그를 찾은 시민들과 취재진, 경찰 차량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아침 일찍 전씨의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이 자택을 찾았고, 전씨의 12·12 군사반란 조력자이자 ‘5공 2인자’로 불린 장세동 전 안전기획부장과 오일랑 전 청와대 경호실 안전처장, 고명승 전 3군사령관 등도 소식을 듣고 연희동을 찾았다. 장 전 부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모른다”고만 하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고 전 사령관은 “한 어른이 가셨다.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나”라고 말한 뒤 전씨의 자택으로 들어갔다.

전두환씨가 사망한 23일 서울 마포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앞 전광판에 전씨의 사진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씨가 사망한 23일 서울 마포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앞 전광판에 전씨의 사진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빈소를 마련하기로 했지만 병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방역 절차를 밟는 것이 늦어지면서,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와 장남 전재국씨, 차남 전재용씨가 오후 내내 자택을 지켰다. 미국에 체류 중인 삼남 재만씨는 귀국 예정이다. 주검은 오후 2시50분께 병원으로 이동했다.

한편, 민 전 비서관은 이날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에 대해 전씨가 끝내 사과하지 않은 문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여러차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과를) 하셨다”며 “(5·18) 당시 전 전 대통령이 공수부대를 배후에서 사실상 지휘했고 그래서 사실상 발포 명령을 하신 거 아니냐, 거기에 대해 사죄하라는 뜻 아닌가. 그건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희생자들에 대한 유감의 뜻은 밝히더라도 전씨의 직접적인 잘못은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광주(5·18광주민주화 운동) 그 후 대통령이 되셨다. 광주 사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을 충분히 못 하셨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서 ‘유감스럽다’ 그런 말씀을 한 것이다. 전 대통령이 무슨 발포 명령을 했기 때문에 그 발포 명령에 대해서 사죄하는 그런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예지 고병찬 박강수 장현은 기자 penj@hani.co.kr

■전두환씨 주검 운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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