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ㄱ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1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신변보호 여성 살해 사건’ 등으로 김창룡 경찰청장이 연이틀 사과했다. ‘흉기를 휘두르는 가해자가 있는데 피해자를 두고 현장을 이탈한 경찰’, ‘스마트워치로 신고해도 제때 제위치에 출동하지 못하는 경찰’ 등의 비판이 제기되며 경찰의 현장 대응력이 도마에 오른다. 현장 경찰관들은 해당 사건에서 경찰이 “잘못된 대응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일선 지구대·파출소의 인력 부족 문제 등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22일 <한겨레>가 일선 지구대·파출소 경찰 10명(경감5명·경위 3명·경장 2명)을 만나 물어보니, 층간소음 흉기 난동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15일 인천 논현경찰서 경찰관 2명은 인천 남동구 한 빌라의 층간소음 갈등 현장에 출동했지만, 4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두르는 것을 막지 못했고 당시 흉기에 찔린 피해자 1명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시 경찰관 등은 권총과 경찰봉, 전기충격기(테이저건)을 가지고 있었다.
‘경찰 물리력 행사에 관한 기준’ 등 매뉴얼은 가해자가 흉기 등을 휘두를 땐 경찰봉과 테이저건, 권총 등을 쓸 수 있도록 한다. 20년 경력이 넘는 서울 일선 지구대 소속 이아무개 경위는 “흉기를 휘두르는 가해자가 있다면 ‘흉기를 버리라’고 구두 경고를 강력하게 한 뒤, 말을 듣지 않을 때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면서도 “경찰관 중에서도 총기 등의 사용을 두려워하거나 꺼리는 사람이 많다. 사용한 뒤 나중에 제대로 과정을 지켰는지 감사를 받게 돼 그렇다”고 말했다. 최아무개 경감도 “테이저건 등 장비 사용을 한 뒤 후속 조처가 말끔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해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장을 이탈한 순경이 여경이라는 이유로 다시 불붙은 ‘여경 폐지론’에 대해선 일선에서도 여경보다도 ‘초임 순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인천경찰청에서 감찰을 받고 있는 해당 여경은 경찰공무원으로 일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보 경찰’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종의 수습 공무원 신분으로 경찰공무원은 1년간의 시보 기간을 마친 뒤, 정식 임용된다. 김아무개 경감은 “남경이든 여경이든 똑같은 상황이면 당황했을 것”이라며 “초임이 현장에 들어가면 매뉴얼을 완벽하게 숙지해도 대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장 근무를 하는 한 경장은 “(남경이든 여경이든)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항상 많다”고 말했다.
김창룡 청장은 이날 전국 258명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당당한 공권력”을 강조하며, 지역경찰과 신임 경찰관 교육체계 개편, 장비 실용성 강화 및 사용훈련 강화, 매뉴얼 개선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이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보고한 자료를 보면, 특히 현장에서 각종 장비 사용에 부담을 느끼는 경찰관들을 고려해 단발 발사만 가능한 테이저건을 연발로 쓸 수 있도록 개선하고, 고무총 및 접이식 방검·방패를 도입하는 등 인권침해 등을 최소화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장비를 개발해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장에선 훈련·매뉴얼을 넘어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특히 2023년 의경(의무경찰) 제도 전면 폐지를 앞두고 부족해진 기동대 인력을 기존 경찰인력이 메우느라 현장 인원이 빠듯해졌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김아무개 경감은 “지금 인력으로는 휴가자 한명이 생기면 순찰차 한대가 멈춘다”며 “인천 사건에서도 3명이 출동했다면 한명은 피해자 보호하고, 한명은 피의자 막고, 한명은 지원 요청이나 기타 사항 대응하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구대의 이아무개 경위도 “인천 사건은 현장에 4명은 갔어야 하는데 아마 순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해 2명밖에 가지 못한 것 같다”며 “근본적으로는 인력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2인1조 출동이 원칙이지만 상황에 따라 추가 인력이 같이 출동하기도 한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잇따른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서도 재범차단과 실질적인 격리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스토킹 처벌법 제정으로 경찰이 가해자에게 피해자에 접근금지 등의 조처를 하고 있지만 실효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옛 연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도 100m 이내 접근금지, 정보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의 처분을 받았으나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은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면 기존 112 신고와 범죄 경력 등을 고려해 피의자를 유치장·구치소에 유치하는 규정을 적용하는 것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박수지 고병찬 박지영 장현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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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위협 5번 신고했지만 결과는 죽음…경찰 “고인과 국민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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