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했다가 검거된 30대 피의자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부실하고 어처구니없는 대응으로 피해자가 숨지거나 사경을 헤매는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 비판 여론이 들끓자, 경찰청이 22일 두 사건의 원인 분석과 대책 수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그러나 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일이 터질 때마다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경찰이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데서부터 철저히 원인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층간소음 갈등에서 빚어진 흉기 난동 사건은 피해자가 눈앞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는데도 경찰관이 이를 방치한 채 현장을 이탈한 잘못이 결정적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는 데 있다. 개인의 잘잘못을 따져 엄벌하는 것 못지않게, 긴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훈련부터 관련 매뉴얼의 현실 적합성, 인력 규모와 운영의 적정성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는 게 필요하다. 구조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재발도 막을 수 있다.
스토킹 살해 사건은 피해자의 죽음을 막지 못한 원인을 찾는 데 더욱 정교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아오던 여성이 주거지에서 스마트워치로 구조 요청 신호를 두 차례 보냈으나, 위치 정보의 오차 때문에 불과 몇분 사이에 변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스마트워치가 알려준 위치뿐 아니라 그곳에서 가까운 피해자의 주거지에도 동시에 출동했더라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스마트워치 위치 정보 오류는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이 있어야 했다.
층간소음 흉기 난동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은 초임 순경이었다. 그가 선배와 떨어져 혼자 있어야 했던 사정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하는 지구대와 파출소의 경찰관들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인력 부족 문제를 첫째 원인으로 꼽는다고 한다. 적정한 경찰 인력 규모에 대해서는 외국 사례까지 포함해 종합적인 검토와 공론화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사건 현장의 경찰관이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여경 무용론’을 주장하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경찰공무원 선발 기준’을 거론하며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지 숙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