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현장실습생 고 홍정운군의 추모식에 홍군의 친구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정운아, 너는 바다의 남자로 다시 태어나서 앞으로 친구들이랑 가족들, 후배들까지 지켜주면 좋겠다. 항상 미안해.”(홍정운군 고등학교 선배 송재열씨)
“정운아, 네가 나 힘들었을 때 석 달간 도와준 기억이 난다. 난 네 덕에 좋아졌는데, 밥이라도 한 끼 더 살걸. 나중엔 같이 사업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꿈도 못 이루고 떠나버렸구나. 더 못 해줘서 미안하다.”(홍정운군 고등학교 선배 김지명씨)
지난 9일 저녁 7시 전남 여수 이순신마리나 요트선착장. 중·고등생을 비롯한 100여명의 시민이 촛불을 들고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곳은 지난 6일 현장실습생이었던 특성화고 3학년 홍정운(18)군이 자격증 있는 전문가가 해야 할 잠수 작업을 하다 사고로 숨진 장소다.
홍군 친구들은 그가 생전 좋아하던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고, 전하지 못한 편지를 읽기도 했다. 한 친구는 울먹이며 홍군 애창곡인 마크툽의 ‘오늘도 빛나는 너에게’를 불렀다.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할 거야. 내 마지막 숨결도 너일 거야. 내 세상 속에 넌 빛이 되어 지금 모습 그대로 내 곁에만.”
친구들은 홍군을 ‘같은 학교로 진학하고 싶게 만든 친구’ ‘잘 베풀고 다정한 친구’로 기억했다. 또 다른 친구는 홍군에게 쓴 편지에 “내가 이 학교(홍군이 다닌 특성화고)를 왜 온 줄 알아? 너한테는 해양생물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왔다고 했는데 사실은 너를 친구로서 많이 좋아하고 더 친해지고 싶어서 따라왔단 말이야. 너는 모르지?”라고 적었다. 홍군의 중학교 친구 김현성(18)씨는 “정운이를 보고 다른 친구들에게 베푸는 법을 배웠다. 항상 무엇을 사준다고 나오라고 하는 친구였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현장실습생 고 홍정운군의 추모식에 홍군의 친구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모여 있다. 여수/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추모식에서 만난 친구들은 홍군의 미숙으로 사고가 난 것처럼 묘사된 일부 언론 보도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홍군의 고등학교 1년 선배인 송재열(19)씨는 “정운이 실수가 아니다. 사장 쪽에서 잘못을 많이 한 건데 정운이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가 속상하다“고 했다. 고등학교 친구 이희수(18)씨는 “정운이와 스쿠버 잠수 교육을 함께 갔었는데, 그때 사고가 나서 그 뒤로 정운이가 물을 무서워했다”고 전했다.
시민들도 추모장소에 마련된 방명록에 홍군에 대한 추모의 글을 남겼다. 방명록에는 “같은 현장실습생으로서 공감되고, 너무 슬펐어. 그곳에서는 편히 쉬길”, “부당한 노동에 억울하게 별이 되신 홍정운군 기억하겠습니다”, “어른으로서 너무 미안하구나. 너의 죽음 헛되지 않게 조금이나마 노력할게”와 같은 글들이 적혔다. 홍군 추모식은 같은 장소에서 오는 1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여수/장예지 기자,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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