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와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은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 여수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의 진상 규명과 실습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김윤주 기자
전남 여수의 요트 선착장에서 잠수 작업을 하던 특성화고 실습생이 바다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잠수기능사 자격증도 없는데 혼자서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 등을 제거하다 변을 당했다. 2017년 제주의 한 생수 제조 업체에서 특성화고 실습생 이민호군이 압착기에 끼여 숨진 뒤 교육부가 현장실습 제도 개선책을 내놨지만, 실습생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일해야 하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학습’이라는 미명 아래 위험한 노동에 내몰려 목숨을 잃는 상황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 건지 참담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다.
이번 사고로 숨진 홍정운군은 이민호군과 같은 나이인 18살이다. 여수의 한 특성화고 3학년에 재학 중인 홍군은 요트 업체에서 현장실습을 시작한 지 열흘째인 6일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끝내 나오지 못했다. 배에 붙은 따개비 등을 긁어 제거하는 작업은 전문 잠수부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위험한 일을 어떻게 자격증도 없는 실습생에게 시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교육부의 직업계고 현장실습 매뉴얼에는 고압, 잠수 등 위험한 업무에는 현장실습을 보내지 않도록 돼 있는데 무용지물이었다. 홍군이 잠수 작업을 할 때 주변에 아무도 없었던 점도 문제다. 업체 관계자가 현장에 있었더라면 숨지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학생들이 실습 나가는 기업에 현장실습 담당자를 둬 사고를 예방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사고가 난 요트 업체처럼 영세한 사업장의 경우 인력이 없어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교육부가 현장실습 참여 기업을 늘리려 규제를 완화한 것도 이번 사고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민호군 사망 사고 직후, 상대적으로 엄격한 절차를 거쳐 선정된 ‘선도기업’ 중심으로 현장실습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실습 기회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나자, 2019년 1월부터 ‘참여기업’을 통한 현장실습 확대의 길을 터줬다. 참여기업은 선도기업에 비해 선정 절차나 안전 규제가 느슨한 편이다. 이번 사고가 난 업체도 참여기업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실습을 싼값에 위험하고 고된 일을 시키는 수단으로 삼는 것은 취업이 절실한 어린 학생들의 처지를 악용한 착취와 다르지 않다. 아직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노동 현장에서 죽음으로 내몰리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정부는 사고 원인 등을 꼼꼼하게 살펴 제대로 된 개선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