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 영상 추가 공개 공익신고자 “회사 문제 제기에도 개선 안돼 신고 결심” 회사쪽 “공익신고자 주장은 허위사실”
공익신고자가 촬영한 던킨도너츠 안양공장 도넛 제조시설 위생상황. 영상은 2021년 7월28일 촬영된 것이라고 공익신고자는 밝혔다. 공익신고자 제공
던킨도너츠의 비위생적인 생산 공정을 고발하는 영상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익신고자가 같은 공장의 위생상 문제점을 촬영한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5일 오전 에스피씨(SPC)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원회는 공익신고자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앞서 공개했던 영상과 같은 날(지난 7월28일) 촬영된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영상을 보면, 공장 내부에 설치된 환풍기에 시커먼 먼지와 이물질이 가득 묻어있는 장면, 튀긴 도넛에 시럽을 입히는 ‘토핑’ 과정에서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재질 설비에 곰팡이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묻어있는 장면, 공장 곳곳에 있는 설비에 유증기가 응결돼 작업자의 위생모 등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촬영돼 있다.
공익신고자가 촬영한 던킨도너츠 안양공장 도넛 제조시설 위생상황. 영상은 2021년 7월28일 촬영된 것이라고 공익신고자는 밝혔다. 공익신고자 제공
공익신고자가 촬영한 던킨도너츠 안양공장 도넛 제조시설 위생상황. 영상은 2021년 7월28일 촬영된 것이라고 공익신고자는 밝혔다. 공익신고자 제공
대책위 쪽은 “생산된 도넛이 지나가는 라인 바로 위로 환풍 시설의 위생이 매우 불량하며, 2016년에 설비를 지은 이후 환풍기를 한 번도 청소하지 않았다”며 “도넛 위로 시럽을 뿌리고 밑으로 떨어진 시럽을 모아 재사용하는데, 시럽을 묻히는 설비에 곰팡이가 피어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회사는 영상이 조작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게 과연 조작인지 묻고 싶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장 내부의 폐회로텔레비전(CCTV·시시티브이)과 위생 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작업자들에게 진위를 검증하는 등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영상을 촬영한 공익신고자 역시 함께했다. 공익신고자는 공익신고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날 공익신고자가 스스로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공익신고자는 2015년 에스피씨 던킨도너츠 인천공장 생산직으로 입사했다가 해당 공장이 문을 닫은 뒤, 안양공장으로 2017년 재입사했다고 한다. 공익신고자는 “2018년 안양공장에서도 위생문제가 발생해 청소 미흡과 기름관리 문제로 유증기가 심해 호흡기 질환을 앓아 병원 치료를 받았고, 건강과 위생문제 개선을 위해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익신고자는 2018년 회사에 문제점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며 공장설비를 촬영한 사진도 이날 함께 공개했다. 기름때가 눌어붙어 지워지지 않는 스테인리스 재질 설비다.
공익신고자는 신고에 이르게 된 배경으로 “만약 이 사태가 커지면 일하는 사람들에게 타격이 있을 것이고,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걱정을 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위생문제가 있어도) 사람들이 던킨도너츠만 가지 않으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학교 급식에도 납품되고 있는데 두고 놔둔다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회사 쪽의 ‘조작’ 주장에 대해서도 “해당 위치에 시시티브이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며 회사가 문제 삼은 주걱으로 유증기를 긁는 행위에 대해선 “기름이 몸에 떨어지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으로, (위생상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고의로 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책위는 회사 쪽이 공익신고자에게 ‘출근 정지’ 등 불이익 조처를 한 것에 대해 중단을 요구했다. 에스피씨는 지난달 29일 <한국방송>(KBS) 보도로 식품위생 문제가 알려지자, 공익신고자가 ‘영상 조작’을 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한편, 공익신고자에게 출근 정지 조처를 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던킨도너츠 4개 공장(김해·대구·신탄진·제주)에 대해 불시 위생점검과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평가를 한 결과 기계·작업장 등 위생관리 미흡 사항이 확인됐다고 지난 1일 밝힌 바 있다.
에스피씨 쪽은 이날 공익신고자의 주장과 관련해 “지난해 9월 이전까지는 해당 공장이 사내하청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작업자들이 협력업체에 위생에 관한 어떠한 문제를 제기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지난해 9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한 이후 열린 노사협의회 등에서 위생 문제가 쟁점이 된 적은 없었다”며 “환풍기도 외부업체에 용역을 맡겨 청소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영상 속 ‘위생 불량’에 대해서는 “회사 입장은 없다”면서도 “제보자의 주장 대부분이 허위사실로, 이미 수사 중인 사안으로 경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던킨도너츠 공장은 사내하청으로 운영되다 <문화방송>(MBC) 보도를 통해 불법파견 논란이 발생한 이후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지난해 9월 직접고용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