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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나이 먹고 이제 와서 무슨? 후회할 일은 없다!

등록 2021-10-02 13:32수정 2021-10-02 13:48

[한겨레S] 이런 홀로!?
자전거 배우기

어릴 때 못 배운 자전거 타기
올해의 배우기로 마침내 도전
돈 들인 강습에 비웃음 샀지만
50분 만에 타버린 내가 기특해
분명 나처럼 자전거를 못 타는 성인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먹고 이제 와서 무슨 자전거냐’라고 생각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문화방송 영상 갈무리
분명 나처럼 자전거를 못 타는 성인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먹고 이제 와서 무슨 자전거냐’라고 생각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문화방송 영상 갈무리

매년 새해를 맞아 다이어리를 살 때면 맨 앞장에 한해의 목표를 적는다. 저축, 다이어트, 책 50권 읽기 등등 여러 목표를 세우는데 빠지지 않는 목표는 ‘새로운 것 배우기’이다. 100세 시대인데 능력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겠나 싶어 수년 전부터 세운 목표다. 그렇게 해서 외국어도 공부했고 요가도 바둑도 배웠다. 그리고 올해 새로 배우겠다고 다짐한 건 ‘자전거 타기’였다.

처음 이 목표를 세우고 주변에 말했을 때 다들 일관된 반응을 보였다. “그 나이 먹고 아직도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느냐”는 것. 어렸을 적 보조 바퀴가 달려 있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다 어느샌가 보조 바퀴를 떼고 타게 된다. 또 그렇게 될 때까지 부모님이 뒤에서 잡아주며 중심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평범하게 자라는 전세계 어린이는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고 나 또한 그랬다.

왜 탈 줄 모르냐고 놀림받던 나

하지만 나는 자전거 타기를 포기당했다. ‘당했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자의로 포기한 게 아니어서다. 나에게 자전거 타기를 가르쳐주던 부모님은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는 나를 보고 가르침을 포기했고 나는 그렇게 초등학생 시절 자전거 타는 법을 끝내 배우지 못했다. 그 대신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웠다. 자전거 탈 때 중심을 못 잡아 포기당한 내가 인라인스케이트는 중심을 잡고 곧잘 탔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실생활에 필요한 건 자전거이지 인라인스케이트는 아니지 않나. 두고두고 후회했다.

자전거를 못 탄다는 것은 묘하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고 그래서 감출 일이었다. 친구들이 주말에 라이딩을 가자고 할 때 자전거를 탈 줄 몰라 못 간다고 말하면 그런 사람이 어딨냐며 놀림받곤 했다. 자전거는 어린 시절 모두가 배우는 기본 능력이라는 인식 때문이어서인 듯, 왜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느냐고 놀림받으면 어린 시절을 부정당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물론 자격지심이었겠지만 그렇게 나에게 자전거는 숨기고 싶은 약점이 됐다.

그래서 올해의 새로운 것 배우기의 목표를 자전거 타기로 정했다. 약점을 언제까지 감출 수도 없고 더이상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또 우연히 본 티브이(TV) 예능프로그램도 나에게 용기를 줬다. 어머니 또래의 한 아주머니가 연예인의 도움을 받아 자전거를 배우게 됐고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유롭게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저분도 하셨는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받았다.

결심은 했으니 목표의 절반은 달성한 셈이지만 문제는 ‘어떻게’ 배울지였다. 부모님이 어렸을 때처럼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주기에는 연로하고, 친구들에게 부탁하기에는 각자 사는 게 너무 바빠서 주말에 시간을 내달라고 하기가 미안했다. 그보다는 운동신경이 거의 없는 나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다가 싸우고 인연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어른이지만 자전거를 탈 줄 몰라 힘든 건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각 지방자치단체에 자전거 강습 교실이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강습에 제약이 좀 있는 게 문제였지만 꽤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췄다. 하지만 여러명이 같이 배우고, 길게는 한달을 투자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조금만 더 빨리 용기를 냈다면

마지막으로 찾아본 방법은 개인 강습이었다. 내가 시간을 정하면 그때 강사와 만나 일대일로 자전거를 배우는 것이었다. 물론 일대일 강습이기 때문에 돈은 좀 들어간다. 또 강사마다 강습료는 천차만별이었다. 결국 검색 끝에 3시간 정도 일대일로 배우는 데 10만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은 누가 자전거를 배우는 데 돈을 쓰느냐고 비웃었다. 마음은 상했지만 나중에 배우면서 느꼈다. 자전거도 하나의 기술이고 교통수단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인데, 제대로 배울 수 있어서 전혀 아깝지 않았다. 또 내가 고른 자전거 선생님은 자격증도 가지고 있었다. 자전거도 자격증이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의 블로그에는 자전거를 못 타는 어른들을 가르친 수많은 기록들이 게시돼 있었다. 나도 ○○년 만에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는 건가. 믿음이 갔다.

잔뜩 긴장한 채로 최근 주말에 자전거 선생님을 만났다. 얼어 있는 나에게 자전거 선생님은 1시간이면 충분히 배워서 탈 수 있다고 용기를 줬다. 평생 두발자전거를 타본 적 없는 내가 1시간 만에 자전거를 탈 수 있다니 과장이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싶었다. 가르쳐주는 대로 먼저 페달을 굴리지 않고 안장에 앉아 중심 잡기부터 해봤다. 그다음 스텝은 양발을 굴려 자전거를 앞으로 나가게 한다. 그렇게 50분이 지났고 나도 모르게 50m를 자전거를 타고 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놀랍다. 최근의 일이라 기억이 선명함에도 어떻게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달릴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50m를 달리고 난 뒤 너무 기뻐서 선생님의 손을 잡고 비명을 질렀다. ○○년 동안 할 줄 몰랐던 일을 50분 만에 해결하다니 나 자신이 이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배운 자전거는 나에게 수많은 기쁨을 주고 있다. 그 후로 나는 따릉이 정기권을 끊었고 지하철역까지 마을버스를 타고 가지 않고 일부러 따릉이를 타고 가고 가까운 곳도 이제는 버스를 타는 일 없이 따릉이와 함께한다. 돈도 절약됐고 허벅지가 터질 것같이 페달을 밟느라 운동도 됐다. ‘당근’ 거래를 할 때도 일부러 따릉이를 타고 갔다.

이동의 자유가 생겼다. 이동의 자유가 생겼다는 것은 나 혼자 갈 수 있는 곳도 많아졌다는 것이고 그만큼 새롭게 해볼 수 있는 것도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조금만 더 빨리 용기를 내어 자전거를 배웠으면 어땠을까 아쉽기도 했다. 분명 나처럼 자전거를 못 타는 성인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먹고 이제 와서 무슨 자전거냐’라고 생각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나도 해냈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고 또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후회할 일은 없다. 아무것도 안 하고 주저하는 것보다는 뭐든 해보는 게 삶을 풍요롭게 만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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