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6학년이라서 억울해요”

등록 2021-05-31 17:44수정 2021-06-01 02:33

연재ㅣ김선호의 우리 아이 마음 키우기
5월 ‘가정의 달’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초등시절 마지막 어린이날을 보낸 우리 반 6학년 아이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보통 초등학교 졸업 뒤 중학생 되면 어린이날 선물을 못 받는데, 마지막 어린이날 선물은 맘에 들었나요?”

어린이날 선물이 맘에 드냐고 물었는데 아이들의 반응은 ‘마지막’에 꽂혀 있었다.

“선생님, 마지막 안 할래요.” “15살까지는 어린이로 인정해줘야죠.”

그중 유독 기억에 남는 대답이 있었다. “6학년이라서 억울해요.”

“억울하다고? 6학년이라서 특별히 더 손해 보는 것이 있다는 뜻이니?” “손해 보는 것까진 모르겠는데요. 그냥 억울해요.”

아이들 입장에서 ‘그냥’이라는 표현은 떼를 쓰고 싶다는 뜻이다. 논리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지만 그냥 우기듯 떼쓰고 싶다는 표현이다. 어린이로 계속 뭔가 대접받고 싶은 그 심정은 담임 교사 입장에서 일종의 마지막 애교처럼 보였다.

6학년 아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양가감정이 더욱 강해진다. 어린이에 머물고 싶은 마음과 그래도 중학생이 되어 청소년이라는 이름이 붙여지는 그 순간을 기다리는 마음. 현재에 머물고 싶은 마음과 성장하고픈 마음 앞에서, 현재에 머물고 싶은 마음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무조건 중학교에 가야 한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든 그렇지 않든 ‘어린이’라는 이름과 헤어져야 한다. 그래서 6학년 아이들의 마음은 억울하다. 피터팬처럼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는 ‘네버랜드’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곳은 없다.

초등 고학년을 둔 학부모라면 자녀의 맘속에 있는 두 마음을 모두 바라봐주는 시선이 필요하다. 6학년은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의 불안한 상태다. 하지만 아직 아이들은 어린이를 보낼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어린이가 6학년이라는 이유로 ‘어린이’라는 이름과 이별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이별은 ‘인사하기’에서 시작된다.

“그동안 고마웠어.” “그동안 미안했어.” “잘 지내.” “담에 또 만났으면 좋겠어.”

우리 아이가 6학년이라면, 초등 시기 사진들을 모아 앨범을 만들어주는 과정이 좋은 이별이 될 수 있다. 그 사진을 같이 보면서 1학년의 나, 2학년의 나, 3학년의 나를 바라보고 변화되었음을 구체적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작별의 인사를 한다.

“이때는 참 재미있었어.” “이때는 많이 힘들었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초등 6학년이 억울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함께 이별을 준비해주는 현명한 학부모가 많았으면 좋겠다.

김선호ㅣ서울 유석초 교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방치된 폭력’…전문가 “가장 비겁한 사건” 1.

대전 초등생 살해 ‘방치된 폭력’…전문가 “가장 비겁한 사건”

하늘이 아빠 “딸이 천국서 뛰놀도록, 많이 와 기도해 주세요” 2.

하늘이 아빠 “딸이 천국서 뛰놀도록, 많이 와 기도해 주세요”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3.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사실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사실 유포 배현진 불기소

전광훈이 ‘지갑’ 6개 벌리고 집회하는 법…“연금 100만원 준다” 5.

전광훈이 ‘지갑’ 6개 벌리고 집회하는 법…“연금 100만원 준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