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6학년 여학생 대부분이 사춘기다. 남학생 절반은 사춘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6학년 담임으로 많이 듣는 짤막한 말이 있다.
“선생님 왜요?”
친절한 어른의 경우, 왜냐는 질문에 성의껏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려 애쓴다.
“음~ 그건 왜냐면….”
나름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지만 대답은 시큰둥하다.
“그래서 꼭 해야 해요?”
그나마도 시큰둥하게 대답이라도 해주면 다행이다. 대부분 엄마, 아빠의 논리적 설명의 빈틈을 찾아서 짜증을 낸다. 엄마도 그렇게 못 하면서 왜 나보고 하라 하는지 화를 낸다. 이때부터 대화가 안 된다. 아빠, 엄마는 말대꾸하지 말라며 화내고 아이는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초등 사춘기는 어설프지 않다. 좋고 싫음이 명확해지고 싫은 것에 거부반응이 커져간다. 그 시작이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초등 입학 전 아이들이나 저학년의 경우 “왜”(why)냐고 물을 땐 최대한 친절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그 질문은 호기심에 의해 생성된 순수한 의미의 “왜”이다. 하지만 5학년 이상 고학년 아이들의 경우 “왜”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는 논리적 설명보다 감정적 공감이 선행되어야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
“엄마, 학원 왜 가야 돼?”
“우리 영철이가 학원 때문에 요즘 힘든 게 있는 모양이구나~”
이때 대답을 왜 학원에 가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하면 대화의 끝은 싸움으로 끝난다. 위 답변처럼, 사춘기 자녀의 질문에 정서적인 응답이 이루어져야 대화가 이어진다.
“응, 학원 숙제가 너무 많아서 힘들고 싫어. 그냥 며칠은 좀 빠지고 놀면 안 될까?”
부모 맘속으로 이런 생각이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네가 뭘 얼마나 열심히 한다고, 겨우 그걸 가지고 힘들다고 그래. 더 열심히 해도 모자랄 판에!’
이 순간 이렇게 생각나는 대로 말해버리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한 번 더 정서적 공감을 해준다. 방법은 말 대신 포옹이다. 학원 숙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꼭 안아준다. 그리고 천천히 되짚듯이 공감해준다.
“우리 아들, 학원 숙제 때문에 힘든 거였구나.”
이렇게 두 번의 정서적 대답과 한 번의 포옹을 했음에도 학원 가기 싫다고 대답하면 그땐 방법이 없다. 최대한 빨리 그 자리를 피한다.
“아 참! 엄마가 지금 급한 전화를 깜박했네. 우리 아들 힘내!”
비겁한 것 같지만, 사춘기 자녀의 집요한 “왜”를 마주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정서적 공감과 회피를 병행하는 것이다. 날아오는 불화살을 온몸으로 맞을 필요는 없다. 싸울 준비가 된 아이들에게 논리적 강요는 싸움 열의를 더 불타오르게 한다. 정서적 공감을 해주되, 논리적으로 이기려 하지 말자. 사춘기 자녀는 논리로 대응해서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김선호 | 서울 유석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