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소설에선 동방신기 멤버끼리 사랑한다?
1318리포트
외화 드라마인 ‘X-파일’과 소설 ‘드래곤 라자’, 그리고 가수 ‘동방신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팬픽’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팬픽’은 팬(Fan)과 픽션(fiction)의 합성어. 팬픽은 해외에선 이미 ‘팬 문화’로 정착이 되어 있다. 팬픽은 본래 상업적이지 않은 창작 작품을 총칭하는데, 흔히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등장인물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소설 또는 만화를 말한다.
스타를 내세운 팬픽소설의 시작은 5~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팬클럽 회원들이 스타를 주인공으로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둘씩 지어내면서, 이른바 ‘스타 팬픽소설’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팬픽소설은 대부분의 등장인물 성격이 미리 정해져 있음으로 인해 소설 제작 전의 절차를 단축시킬 수도 있다는 게 강점이다.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작가가 될 수 있으며, 인터넷만 된다면 타인에게 자신의 글 솜씨를 뽐낼 수도 있다. 지금은 팬픽소설의 수, 인터넷 팬픽 카페 등의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을 정도로 팬픽소설은 ‘대세’가 되었다.
최근들어 이러한 ‘팬픽 소설’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팬픽 중에 ‘동성애’를 주제로 다루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동갑내기 친구들과 팬픽을 쓰고 있는 김아무개(14)양이 그 사례. 김양은 ‘동방신기’의 맴버들끼리 사랑을 한다는 주제를 별 생각없이 소설로 쓰다가, 급기야는 텔레비전과 사진에 나타난 가수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동성애로 연관짓는 놀이까지 시작했다. 이 상황이 지속되자, 김양은 호기심에 성인사이트에까지 접속했다.
김양뿐만 아니라, 남자 두 명을 짝지어 ‘커플’을 만들고, 그들 간의 사랑을 표현하는 동성애 팬픽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점차 늘고 있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소설 또는 만화책 속의 남자캐릭터들도 이러한 팬픽소설의 주인공이 되곤 한다. 이러한 소설을 쓰고 읽는 연령층은 대개 10대, 20대 정도로 예상되고 있으나, 초등학생의 비중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팬픽 소설이 많이 나오는, 어느 인터넷 카페는 회원 40만 명중 30%가 초등학생일 정도다.
팬픽을 쓴다는 이정선(15·가명)양은 “청소년들이 성에 관한 왜곡된 지식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팬픽을 쓰는 것은 자유지만 ‘팬픽소설은 저질소설’이라는 오해를 사진 않도록,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줄도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주문했다.
박솔잎/1318리포터, 탈학교 청소년 amite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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