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밤 서울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 온 여고생들이 뮤지컬 <그리스>의 주연배우 박영필씨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소년복지지원법’ 생긴뒤 각종 혜택
“연극·뮤지컬 예전엔 엄두도 못냈죠”
“연극·뮤지컬 예전엔 엄두도 못냈죠”
1318리포트
문화의 거리라는 대학로에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평일 해질 무렵이나 주말 오후 대학로에 가면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한 손에는 팸플릿을 든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근처 극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해 ‘청소년복지지원법’이 제정된 뒤 생긴 변화다. 이 법은 다양한 분야에서 청소년을 위한 할인제도를 제도화했다. 교통요금 할인, 문화예술이용료 할인, 청소년증 발급 등을 법안에 담고 있다. 이 덕분에 학생 신분의 청소년은 물론 학생 신분이 아닌 청소년들도 각종 혜택을 누리게 됐다.
실제 영화관, 놀이공원, 만화방, 피시방 등의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문화를 즐기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현재 대학로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그리스>(동숭아트센터 동숭홀)와 <지하철 1호선>(학전그린 소극장), <뮤직 인 마이 하트>(PMC 자유극장)등의 상당수 고객은 청소년층이다. 또 <주머니 속의 돌>(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가족왈츠>(블랙박스 씨어터) 등의 연극도 청소년들이 즐겨 보고 있다.
이렇게 달라진 청소년 문화 풍조는 청소년층의 문화적 취향이 예전보다 세련되고 다양해졌다는 측면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이 크게 영향을 미쳤음은 부인할 수 없다. 정가의 50~70%인 9천~1만7천원이면 웬만한 연극이나 뮤지컬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산대진고 1학년 조수연(16)양은 “뮤지컬 <그리스>를 봤다. 예전에는 엄두도 못냈는데,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새 제도를 반겼다. 최아름(16·고1)양도 “할인제도가 시행된다는 것을 알고 난 뒤 올초부터 가끔 극장을 찾고 있다”며 “청소년들의 문화 욕구가 큰 만큼 여건만 좋아진다면 더 많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문화 현장을 찾게 되면서 청소년 고객들을 붙잡기 위한 단체나 기관들의 노력도 계속 확산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청소년에게 공연 관람료의 70~90%를 깎아주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좌석의 30%에 한해 공연티켓 가격을 할인해주고, 공연 당일에는 90%까지 깎아준다는 것이다.
또 버스, 미술관, 놀이 공원, 미용실 등의 분야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할인제가 이미 거의 정착된 상태이다. 만24살 이하를 대상으로 판매되는 청소년 카드도 본격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카드에 기재된 기간 또는 횟수만큼 열차를 이용할 때 정해진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공부’라는 중압감이 너무 큰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얻을 수 있는 문화적 혜택을 이용한다면 그나마 즐거운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다. ‘청소년이라서’ 라고 불평하는 대신 ‘청소년이기 때문에’ 기뻐하는 1318들이 많아지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김은주/1318리포터, 서울 성신여고 3학년 totoro_1052@hanmail.net
김은주/1318리포터, 서울 성신여고 3학년 totoro_10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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